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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도서]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김희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김희준 교수의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은 제목 자체로 상당한 의욕을 가진 책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과학적으로 답하겠다는 것이 말이 쉽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대체로 철학하는 이들은 과학을 모르고, 과학하는 이들은 철학에 대해서 거의 생각해보는 일이 없는데 이를 묶겠다는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다.

 

여기서 ‘철학적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야말로 철학적인 질문이며, 존재론적 질문이다.

우리(여기서 우리는 좁게는 ‘인간’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의미이다. 말하자면 ‘존재’ 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묻는 것이며, 저자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답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답의 방식은 어떤가?

사실 이러한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의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택한 방식은 물리학과 화학이다. (생물학이 별로 동원되지 않은 것은 조금 실망스럽긴 하다. 그래도 저자의 학문적 배경을 보면 이 정도라도 어딘가 싶다.)

근대 이후의 과학적 업적을 망라하여 우주가 생성되고, 우주의 물질이 만들어지고, 팽창하고, 태양이 만들어지고, 지구가 생성되고, 지구 상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를 통하여 지금의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간 중간에 동양철학 사상도 첨부하고 있는데, 노자의 ‘태일생수’라든가,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이런 부분은 좀 불편하다. 비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 현대의 과학적 발견과 거의 연관성이 없는 것을 억지로 가져온 느낌이 든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것은 월터 르윈 교수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다. 사실, 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둘 다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지금의 원소가 생기고, 지구의 우리가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적 발견에 대해서 쓰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질문이 다를 뿐이다. 아니, 둘 다 거의 비슷한 질문을 하고는 있지만, 한쪽은 그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을 뿐이다.


과학이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의 원천일 수 있고, 원초적 욕구랄 수 있는 앎에 대한 충족의 도구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와 같이 그 기술의 원천과 앎에 대한 충족의 도구인 과학이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도 철학적 질문에 대한 대답의 재료일 수도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과학적으로 철학적 질문들을 깨끗하게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분은 거의 과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분량도 너무 짧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구나, 라고 여기게도 한다. 하지만, 과학이 이런 질문에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더욱이 훌륭하게 답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충분히 값을 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더군다나 이건 우리나라 과학자가 쓴 책이 아닌가!

 



(20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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