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신이치는 "생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 (146쪽)
DNA의 구조가 밝혀지기도 전, DNA가 유전자의 본령이라는 것도 밝혀지기 전, 1930년대 쇤하이머가 말한 '동적인 상태(dynamic state)'에서 착안한 개념이 바로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동적 평형"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동적인 평형 상태는 가능한 한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평형점을 이동시켜 조절하려 한다. 그런 완충 능력이 동적 평형이라는 시스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평형은 자신의 요소에 결함이 생기면 그것을 메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과잉 상태가 되면 그것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중략) 생명현상에는 사전에 다양한 중복과 과잉이 준비되어 있다." (228쪽)
이러한 깨달음은 그의 개인적인 실험 경험에서 나왔다. 그의 개인적인 실험 경험은 사실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다.
소포체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것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없앤 쥐를 만들었지만, 그 쥐는 그 유전자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쌩쌩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논문에 낼 수 없었을 테니 명백한 실패이다. (앞의 결과는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의 결과는 어디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실패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프리온 단백질을 완전히 녹아웃시킨 쥐는 정상적임이지만, 부분적으로만 파괴시킨 쥐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결과도 함께 제시하면서 생명이란 어떤 한 부분이 없으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우회해서 어떻게든 평형 상태에 이르도록, 즉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그렇게 유지되는, 즉 동적인 평형 상태가 생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후쿠오카 신이치의 답변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해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을 정의하는 많은 설명들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그의 설명도 모든 생명의 모든 특성을 정의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정의하는 새로운 시각에 대해서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깨달음으로 이르는 과정에 대한 진지함과 실패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 대해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2010년 5월 읽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