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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승리

[도서] 수의 승리

I.B. 코언 저/김명남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수(數)를 사용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이 수(數)를 토대로 한 새로운 세상은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도래했다고 한다. 그렇게 늦게야 수(數)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 중 하나로 저자는 다윗왕의 인구 조사로 인해 무고한 사람 7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다소 '황당'한 성경의 기록 탓을 하고 있다. 
("영국과 식민지에서 정밀한 인구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는 이 이야기의 영향도 있다." 31쪽)

그렇다면 왜 17세기인가? 
아니, 17세기부터의 과학이 우리에게 익숙한가? 
그건 바로 수를 이용한 언어가 과학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도 이런 식의 수적 법칙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빛의 굴절 법칙, 지렛대의 법칙, 부력의 법칙 등이다. 그러나 과학 혁명이 도래하기 전까지 과학의 목적은 숫자나 수와 관련된 용어들로 표현 가능한 자연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에 달랐다. 17세기에 새로운 과학을 만들어낸 이들은 수에 기반을 둔 법칙들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그 법칙들을 높은 급수의 숫자, 즉 제곱이나 세제곱의 숫자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40쪽)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찾아낸 (수로 표현된) 세상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케플러와 조화의 법칙

갈릴레오와 운동의 법칙

윌리엄 하비와 혈액의 순환
- 이게 생명 과학에 (실질적으로) 처음 등장한 숫자란다. 
즉, 맥박의 수 등을 이용하여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양을 추산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액이 순환할 수 밖에 없음을 가설로 세웠던 것이다. 

레벤후크와 세계 최초의 인구통계학
- 당연히 인구  통계학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분야인데 이를 과학적 행위로 기록한 첫 인물이 레벤후크, 즉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처음 기록한 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사실이다. (Antonie van Leeuwenhoek가 그의 이름인데, 그의 이름을 딴 과학 journal이 있다. 내가 박사 과정 때 두번인가 논문을 실었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핼리 혜성을 발견한 핼리도 등장하고, 
그라운트라는 사람도 등장하고, 윌리엄 페티 경이라는 숫자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술을 꿈꾼 이도 등장한다. 프랭클린과 맬더스, 라부아지에와 콩도르세, 그리고 라플라스.그리고 현대적인 사회학의 기본을 세웠다는 콩트도 등장한다. 

콩트의 사회학이 왜 현대적이냐면 바로 그가 숫자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콩토는 지식에 피라미드 형태의 위계가 있다고 믿었다. 수학이 가장 기초인 아랫단이고 그 위가 물리한, 다음이 화학, 그리고 생물학, 마지막이 모든 지식의 왕관이라 할 수 있는 사회학이다. 이 체계는 학문 간의 역사적 위계를 상정했다. 즉 물리학이 수학에 의존하고 있듯 진정하고 "완전한" 화학은 물리학이 구축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식이다. 그러므로 콩토의 체계에 따르면 사회의 과학,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행위에 대한 과학, 즉 사회학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으로서의 인간 행동에 관한 과학, 즉 "완전한" 생물학이 정립되어야만 했다." (176쪽)

케틀레이와 콩트에 이르러 정점(?)에 이른 듯한 통계의 승리는 (지금의 시점으로 봐서 당연하게도) 비판을 받게 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소설가 찰스 디킨스다. 
그는 통계라는 평균적 숫자에 매몰되어 버리는 개인을 복원하고 싶었다. 
"디킨스가 통계를 반대한 까닭은 두 가지였다. 정치 지도자들이 런던의 빈민과 공장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는 사회적 입법을 막아서면서 그 근거로 통계를 마구 들이댄다는 것이 디킨스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통계는 원래가 개개인보다 평균에 집중하는 법이다. 디킨스는 스스로 개인의 대변자라 칭했으며, 통계는 인간의 특질을 비인간적인 숫자의 나열로 환원함으로써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주장했다." (181쪽)
- 새겨들을만 하지 않은가? 

그리고 마지막 백의의 천사라 일컬어지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수(數)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되어 왔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또는 왜곡되는지를 이 나이팅게일에 관한 이야기가 한 장(chapter)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보고도 알 수 있다. 그녀가 통계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해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첫 인물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는데 수많은 슬라이드에 들어가는 그, 현란한 도해들의 원조가 바로 나이팅게일이라니,  참으로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코언의 '수의 승리'의 역사는 나이팅게일에서 끝이 난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후로 본격적인 수가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 듯 한데 이제 서막만 보여주고는 나머지는 "다들 잘 알잖아?" 하는 식 같다. 
하긴. 잘 알진 못해도 대충은 알지 않는가? 
우리가 얼마나 숫자에 얽매어 사는지. 

비록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쯤은 알지 않은가. 


(2010년 5월 읽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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