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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진화론

[도서] 진화하는 진화론

스티브 존스 저/김혜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스티브 존스의 <진화하는 진화론>은 기획 자체가 신선한 책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체계와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르면서 ('다윈이 현재 살아있고 <종의 기원>의 수정판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 책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감수 및 추천 서문 9쪽) 담긴 증거만 새로이 밝혀진 것들로 바꾸고, 현대적인 해석을 가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다윈의 <종의 기원>이 탄탄한 책이이라는 간접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신선한 기획의 책을 실은 정말로 따분하게 읽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비교되는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인데 <지상 최대의 쇼>가 전혀 지루함없이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데 반해 (정말 '지상 최대의 쇼'를 관전하는 기분으로)
<진화하는 진화론>은 딱딱한 논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킨스의 스티브 존스의 필력의 차이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지상 최대의 쇼>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이야기식으로 풀어간다고 하면, <진화하는 진화론>은 개념 위주로 이론을 설명해간다. 이래가지고는 '진화론'이 참 이해하기 쉬운 흥미진진한 것이라는 것을 웬만한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 책의 미덕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진화'를 받아들이고, '진화론'에 대해 어느 정도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정작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은 사람은 참 찾아보기 힘들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지라도 비율은  별로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다윈의 책 <종의 기원>은 그냥 젖혀놓은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 자체를 다시 써보겠다고 한 것 자체로 이 책에 점수를 줄 만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다윈의 <종의 기원>을 집어드는 사람이 있다면 저자는 정말 기뻐할 것이다. 

나는 "조금 따분하다", 이렇게 쓰고 있지만 실은 이 책에서 진화에 대해 다시 많은 것을 배웠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배웠다기보다 진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더 많이 습득했다. 그리고, 그게 다윈의 제시했던 증거와 별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다만 보다 더 풍부해지고 다른 언어로 쓰이기 되었다는 것(유전자 같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적지 않게 이 책의 책장들을 들추며 어디서 보았더라, 한참을 뒤적일 것이다. 
그러니 그 따분함을 견디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보람이 있다. 누군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보람을 느낄 것이다. 

자연선택은 거의 불가능한 것들을 만드는 기계이다. (중략) 선택은 간단하고 효율적이며 냉혹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전체적인 의미를 알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기에는 섬뜩한 운명론이 있다. 그것은 미와 지성, 힘과 의지, 명예와 열망을 무섭고도 저주받을 만한 것으로 변형시킨다." 쇼에게는 불행하게도, 미와 지성은 이제 저 치명적인 장치에 의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40쪽)

진화도 마찬가지이다. 그 개념은 태양계의 개념 못지않게 간단하지만 진화의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상식은 생명이 태양처럼 우리 주위를 돈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 생각에는 한 가지 결점이 있다. 그 생각은 틀렸다. (600쪽)

나는 <종의 기원>을 읽은 생물학과 학부생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혹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조차 이 책에 맞는 내용보다 틀린 내용이 더 많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중략) 변화를 동반한 계통이라는 개념이 하느님이나 다윈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슬픈 진실이다. (중략) 오늘날에는 어떤 생물학자도 다윈의 이론 없이는 연구할 수가 없다. 진화는 생물학의 문법이다. (613~617쪽)


(2010년 3월 읽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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