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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도서]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주경철 교수의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인 책이다. 

재미있다는 것은 이 책이 문학과 역사를 잘 엮어놓았다는 점에서 그렇고, 교훈적이라는 것은 이런 작업이 좀더 자주 나와야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이 책이 텍스트로 삼고 있는 문학서들이 제목은 잘 알고 있으면서, 실은 다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적은, 그런 책이라는 점에서 더 재미있고, 교훈적인 듯 싶다. 

맨 첫머리의 '이솝 우화'부터 그렇다. 
우리는 '이솝 우화'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아이들의, 그것도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 아이들의 그림책으로밖에 기억하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그게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가진 이야기들인지 알지 못했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주경철 교수는 바로 그 알지 못하고, 굳이 알려고 들지도 않았던 그 사항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바른 생활'용 우화들 중 많은 이야기가 이솝이 지은 게 아니라 후대에 덧붙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국에서 빅토리아 시대에 이솝 우화를 번역 출판하면서 도덕주의가 강하게 덧칠되었다." (13쪽)

그럼 진지하게 이솝우화를 읽은 사람은 과연 무엇을 알아낼 수가 있는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다른 사회들과 마찬가지로 권세를 누리는 소수의 사람들과 가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서민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고, 더구나 사회 최하층에 속하는 수많은 노예들이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14쪽)
"고대 그리스의 탁월한 문화적 성과들을 단순히 문화적 황금기의 산물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빚어낸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15쪽)
"세상을 바라보는 그(이솝)의 시각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못해 냉소적" (16쪽)
"이솝이 그리는 이 세상은 냉혹하며, 법이 있다고 해서 꼭 공평하게 정의가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남에게 관대하게 대하며, 서로 돕고 살라는 식의 도덕적 조언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명료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터득하라는 것이 현명한 노예 이솝이 말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17쪽)

주경철 교수가 소개하는 다른 책들도 그렇다. 
단테의 <신곡>을 퀴즈에서는 잘 풀 수 있지만, 작정하고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이 제목에 담긴 뜻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음에도...)
<신밧드의 모험>은? (나는 이 이야기를 어릴 적 만화영화로 기억한다)
푸쉬킨의 <대위의 딸> (아버지 책장에 꽂혀있던, 전집 중의 한 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실버 선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실제 읽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타잔> (이게 원래 소설이었는지도 몰랐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중학교 때 쯤 읽어보았던 기억. 노벨상이라니까...
그러나 이 책에 담긴 심오한 메세지를 읽을 순 없었다)

주경철 교수는 특히 근대 시대의 소설들을 다루면서 근대 열강들의 탐욕스러움에 대해서 많이 지적하고 있다. 그의 <대항해시대>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가령 <해저 2만리>를 얘기하면서,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유인의 세계라고 네모 선장이 주장하지만, 이 작품의 내용 자체가 이미 그것과는 다르게 그려져 있다." (163쪽)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구태의연한 식민주의나 인종주의의 냄새 또한 강하게 풍긴다."(164쪽)
"근대의 바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이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가 통제하는 공간이 되었다." (165쪽)

아이들이 커가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세계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을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하다못해 시험 점수를 받는데 도움이 될까?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을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은 모르지만, 우리 큰 애가 고등학교 쯤에 읽는다면 많은 책을 간접적으로 읽게 될 것 같고, 책에 대해 평가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고, 대학생 쯤 되어 읽는다면 역사와 문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2월 읽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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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껌정드레스

    그저께 밤에 에나님 블로그 들어와서 글들 주욱 읽어가다가 이 리뷰 읽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자 입장에서 가장 무섭고도 고마운 리뷰를 쓰시는 독자가 에나님이라는. (과학 리뷰는 아는 바가 없어서 모르겠고, 에나님의 역사서 리뷰 읽을 때마다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긴장하게 됩니다. ^^ )

    2016.03.27 09: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na

      아유, 왜 책임감 들게 만드세요? 전 그냥 느낌만 쓰는 입장인데요.

      2016.03.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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