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올 1월이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1월 1일부터 이 책에 소개된 음악을 들으면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었을텐데.
BBC 클래식 음악 방송 진행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한 저자가 온 정성을 들여 하루에 한 편씩 총 366편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안내하는 훌륭한 길라잡이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음악과 음악가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 그야말로 읽는 재미가 있다. 서문에서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어서 몇 구절을 옮겨본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나는 음악이야말로 살아있음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 위대한 음악들과 함께 하면서, 인정받고 주목받고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감의 원동력인 이 음악들을 통해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의 삶, 시대, 영혼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영적 기준이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경외심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나, 밤바다 혹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일 같은 특정한 경험에 무심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매혹을 느낄 필요성, 경외심을 가질 능력, 경이로움을 맛보고자 하는 갈망을 지니고 있다. 신앙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음악은 그 모든 것, 나아가 그 이상을 전할 수 있다."
나도 인간이 영성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믿기에 이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저자가 정성을 다해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위안을 받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음악이 구원임을 소리높여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말할 수 없이 기쁘고 안심이 된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도 피아노밖에 없고, 이 책에 소개된 음악 중에서 들어본 곡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래도 나는 어느새 음악의 힘을 알고 있었다.
매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한 곡씩 골라서 들으며 일기장에 감상도 적어보고, 그 작곡가의 다른 노래, 혹은 작곡가의 경쟁자도 찾아듣고 있다. 요즘 이 책 덕분에 하루에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참 즐겁다.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검색해서 들어갔다가,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그 위기를 음악을 들으며 버텨냈다고 한다. 그녀의 빠른 쾌유와 회복을 희망하며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