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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의 기록

[도서] 조용한 날들의 기록

김진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선생님의 글을 읽었어요, 라고 여자는 말한다. 선생님은 절대로 강의를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이 아니세요. 사람들에게 씨앗을 뿌리는 분이세요. 그런가요?라고 반문하면서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여자의 오해가 씁쓸해서 몰래 속으로 혼자 웃는다. 그러면서 어쩐지 은근한 기쁨과 만난다. 그건 그런 오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 때문이다. p.128>

<사랑은 내가 그 누구에게 속한다는 감정 혹은 그 확신. p.33>

<뚝, 샤프펜슬의 흑심이 몸체 속 어느 정확한 지점에서 부러지는 손가락의 감각. 빼어내자 허망하게 몸체 속에서 빠져나오는 가늘고 짧은 부러진 흑심.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어떤 섬뜩함. p.148>

이 책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의 마음에 드는 몇 구절을 먼저 옮겨 적어보았다. 이렇게하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대신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부족하겠지만 그렇게밖에 달리 해 볼 도리가 딱히 없다. 굳이 이 책을 한마디로 규정해본다면 "어느 철학가의 멜랑콜리 메모장" 정도가 될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제목이 제법 잘 지어졌다 싶다. 정말로 저자에게 조용한 날에 쓰는 메모와 번잡한 날에 쓰는 메모, 씐나는 날에 쓰는 메모가 따로 구분되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메모들은 틀림없이 한결같은 호흡을 가지고 있다. 마치 새소리가 유일한 소음인 것 같은 시공간에서 멍때리기를 시전하다가 무심히 적어 놓은 메모글여야만 가능할 것 같은 공기를 품고있다. 그래서 거꾸로 이 책을 열고 글을 읽기 시작하면 그 공기와 냄새가 느껴진다. 결코 아무하고도 있지 않았을 혼자만의 시간. 고독과 외로움의 중간쯤 어딘가. 박진감 있는 서사나 이야기도 긴장감도 지혜도 딱히 바라지 않는 무용한 것들 사이에서의 사유함이 특별한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당장의 배움이나 지혜, 재미나 깨달음을 주고자 애쓰지 않으면서 마치 흰 화폭에 점을 찍어 남기듯 사유의 발자국을 어지럽게 남겨놓은 책. 차분하면서도 요사스럽다.

나는 이 새로운 마법서같은 책을 혼자만의 조용하고도 심연한 사색이 필요한 시간에 펼쳐들 생각이다.

* 이 리뷰는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서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랍니다.

#조용한날들의기록 #김진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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