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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반찬

[도서] 수미네 반찬

김수미,여경래, 최현석,미카엘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배우 김수미는 개성적인 연기로도 유명하지만, 그녀의 손맛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한번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에게, 알고 지내는 연예인들에게 시시때때로 반찬과 김치를 보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찌감치 그녀의 음식 솜씨를 들어왔던 터라 방송에서 보는 김수미의 요리는 어떤 콘셉트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물론 나보다도 엄마가 더 애청자다. ^^) 한때 <집밥 백선생>의 매력에 빠져 이런저런 음식 만들기를 시도했다가 똥손인 걸 알고 포기했던 역사가 있는 나로서는 <수미네 반찬> 역시 달가운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녀의 손맛과는 별개로 말이다. 하지만 한번 그 방송을 보고 나면, 김수미의 손맛을 화면으로 생생하게 확인하고 나면 TV 화면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촵촵. 무슨 음식이든, 만들면서 여러 번 침이 고이는 고인다. 가마솥을 놓고 밥을 하고, 끓어 넘치도록 푸짐하게 음식을 만드는 그녀의 음식은 누구라도 먹고 싶게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솜씨가 아니리라.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 우리 엄마의 김치찌개를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이번에 출간된 『수미네 반찬』은 이미 방송에서 본 그대로를 정리해놓은 책이다. 메뉴 역시 방송에 나온 것들이다. 그러면 방송에서 본 것을 굳이 책으로까지 만나야 하느냐고 묻고 싶을 테지만, '굳이'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에게는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방송에서 봤지만 바로 따라 하지 못했거나, 방송에서 본 것을 다 기억하거나 메모하지 못했거나, 모니터로 다시 보기 하기보다는 주방에 두고 바로 펼쳐볼 수 있는 가까운 수미쌤이 필요했던 거겠지. 엄마가 이 방송을 몇 회 보고서는 바로 그런 말씀을 하셨지. "이거 바로 책으로 나오면 안 되냐?" 네, 어머니 바람대로 책으로 나왔답니다. 이제 수미쌤처럼 맛난 음식 만들어주실 건가요? (이렇게 말하다가 등짝을 맞았다는 건 안 비밀... ㅠㅠ)

 

여러 가지 음식의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 기억과 입맛을 되살리는 게 몇 가지 있다. 아직도 초딩 입맛인 내가 맛있겠다면서 침을 질질 흘리던, 화면에서만 보던 그 음식들. 쇠고기 고추장 볶음, 코다리 조림, 검은콩국수, 떡갈비, 오이소박이, 명란젓 계란말이, 김수미표 연근전, 묵은지 목살찜, 보리새우 아욱국... 말하다 보니 다 적게 생겼다. 메뉴 골라서 적는 것은 포기. 그냥 다 먹고 싶다! 수미쌤의 요리에 곁들여지는 출연 셰프들의 요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매회 주재료에 어울리는, 자기 영역의 특징을 살리는 요리를 내놓는 그들의 노력도 이 프로그램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가장 한국적인 맛을 내는 스승님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옛것과 요즘것의 조화로 만들어내는 요리를 보는 맛도 상당하다.

 

 

 

기본적으로는 방송에서 본 메뉴들 재방송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방송할 때마다 가장 애매했던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정확한 레시피가 있으면 좋겠지만, 수미쌤이나 다른 엄마들처럼 대충 '요만치~' 때려 넣어 맛을 내는 고수의 내공은 하수 중의 하수인 요리 젬병들에게 얼토당토않은 말이었으니... 책으로 만나는 <수미네 반찬>은 전문가의 참견으로 정확한 용량의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요만치~' 넣어서 완성되는 요리가 아니라, 정확한 분량의 재료들로 잘 정리해주어서 누구나 그대로 따라 하면 만들어지는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책에서 추가된 것은 수미쌤의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들이다. 유난히 막낸 딸을 예뻐하셨던 엄마와의 추억이나 아버지와의 기억들이 담겨 있다. 엄마가 만들어준 구수하고 토속적인, 정이 넘치는 음식들이 <수미네 반찬>으로 다시 태어난 거다.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만든 음식들은 이제 엄마의 맛이 되어 그녀의 그리움을 달래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듯, 그녀는 또 그 맛으로 다른 이들의 그리움을 달래주고 있다. 정말 퍼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을 퍼준다. 그녀의 손을 거치면 어느새 몇십 년의 세월을 담은 음식으로 탄생하는 마법을 부린다. 우리의 바람은, 언제까지 그녀의 음식을 보기만 하면서 입맛만 다시지 않고 직접 해서 먹는 것이니... 이제 이 책으로, 계속 방송되는 <수미네 반찬>으로 알게 모르게 쌓이는 그리움을 먹어치우는 거다. 아자아자~!!

 

방송으로 볼 때도 그렇고, 책으로 다시 볼 때도 그렇고. 나는 왜 이 음식들에 눈길을 주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고급 레스토랑의 화려하고 비싼 음식도 아닌데, 우리는 왜 '굳이' 엄마의 손맛을 찾으려고 애쓰며 이 음식들을 보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없을 수가 없다. 점점 사라져가는, 같이 먹는 밥상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달랑 두 식구인 엄마와 나도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시간이 안 맞거나 입맛이 다르거나 등등의 이유로 각자의 식사를 할 때가 있다. 식구의 개념이 사라져가는 느낌에, 외로움과 그리움은 더해간다. 같은 밥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이인 우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서 그리워할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 자연스러움.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게 음식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엄마가 퍼주듯 만들어주던, 지금은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맛있게 먹었는지 모를 음식들로 채워진 밥상이 그리워질 때마다 누군가의 손맛이 간절해진다. 내가 해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표정에 저절로 흐뭇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싶을 때마다 펼쳐보고 싶은 레시피다.

 

 

 

음식이 단순히 입안으로 넣는 것만이 아니라, 가슴에 머무는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그대로 재현해 내고 싶은 것 같은데, 여전히 그 맛은 다 낼 수가 없다고도 하신다. 엄마도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거겠지. 엄마와 다른 입맛에 같이 갈 마땅한 식당을 찾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나도 점점 엄마의 입맛을 따라간다. 음식에 더해지는 기억의 맛이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나도 점점 입맛이 변해가는 걸 보면, 늙어가고 있나 보다. 수미쌤의 말을 빌리자면, '익어가는 것'이겠지만... 건강한 밥상으로, 그리움까지 배불리 먹는 한 상으로, 우리는 익어간다.

 

며칠 전에는 <수미네 반찬>에서 초간단 어묵볶음이라고 보여준 걸 해봤다. 어묵볶음 정말 좋아하는데, 엄마가 귀찮다고 잘 안 해줌. ㅠㅠ 어쩌겠어. 먹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 마침 냉장고에 어묵이 있었고, 휴대폰을 열고 김수미 어묵볶음 레시피를 찾아서 머릿속에 입력하고 주방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어묵을 썰고, 간장과 설탕과 물을 넣고 수미쌤이 하라는 대로 만들었다. 옴마야~! 된다. 진짜 된다.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맛은 어떠냐고? 대박. 내가 했지만 정말 맛있음. 밥이랑 같이 먹기 좋게 간도 달달하니 딱 좋다. 이거 정말 내가 한 거 맞아? 홍고추 넣으라고 했는데, 홍고추가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당근으로 대신했는데, 당근도 맛있어. 흑... 나 같은 똥손도 요리에 도전하게 해주는 수미쌤 사랑해요~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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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그동안 김수미씨는 일용엄마로의 이미지가 원체 강했는데... 지금은 수미네 반찬으로 음식 잘 하고 친근한 엄마 같은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 홈쇼핑에서 김수미씨가 파는 간장게장 방송을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음식을 맛갈나게 하실 줄이야. 함께 방송하는 쉐프들을 휘어 잡는 카리스마 까지... 방송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니 흥미가 가네요... 저도 어묵볶음 좋아하는데 직접 하신 어묵 맛있어 보여요...^^

    2018.11.22 08: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언젠가부터 연예인들 입에서 김수미씨의 음식 찬양을 종종 들었어요.
      전라도 사람의 손맛도 있겠지만, 이분은 천성이 남들 먹이기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그런 마음 없이는 이렇게 음식 만들어서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2018.11.26 21:56
  • 파워블로그 블루

    길게 쓴 댓글이 사라졌다요.
    김수미샘은 아무래도 엄마의 손맛이 강하게 느껴지죠.
    정확한 계량컵이 없이 우리 엄마들처럼 하는 음식.
    수미샘이 하는 음식 해보고싶게 만들더라고요.
    특히 간장게장.. 엄청 좋아하는건디.. ^^

    2018.11.23 11: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그니까요. 그 엄마의 맛이라는 거 알려주는 대표주자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정확한 계량이 없으면 시도도 못해요.
      눈대중으로 대충~ 이만큼~ 하면서 시작했다가는 아까운 재료만 버린다는... ㅠㅠ
      블루님 간장게장 좋아하시는구나.. ㅎㅎ 저는 게장 못 먹음요...

      2018.11.26 22:03
  • 이 주의 리뷰 선정 축하드려요!
    리뷰도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ㅎㅎ 어묵볶음 직접 만들어본 사진까지bb

    2018.11.23 15: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찌개는 대충 이것저것 때려넣으면 될 것 같은데, 반찬은 정말 어려운 종목인 것 같아요. ^^
      그래서 이런 스승님이 필요한가 봅니다.

      2018.11.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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