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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당신을 덜 사랑해야 한다

[eBook] [대여]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당신을 덜 사랑해야 한다

손현녕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나를 위하려’라고 시작한다. 여기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 처음에는 연애와 사랑에 관해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 듣고 있다 보면 왜 이렇게 기록이 많은 건지 알 것 같다. 아플 때마다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기록했다는데, 그 기록이 가끔이었다면 많이 아프지 않았다는 것일 테다. 저자가 말했듯이 이렇게 자주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아픈 순간이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관계에 지치고 사람에게 상처받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쓴 글들이라고 했다. 문득,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자기를 추슬러왔을까 생각해봤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치일 때마다 어떻게 지나왔을까 싶었다. 아마 저자도 비슷한 다독임으로 건너가지 않았을까? 많은 아픔이 생길 때마다 자기 탓을 했을 것 같다. 어떤 관계가 끝날 때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그리고 더 많은 상처로 남은 자기는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그런 순간을 몇 번쯤 건너왔을까? 고민 끝에 저자가 찾은 답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작아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뿐이었다. 듣고 보니 그렇다. 관계가 끝났다는 건 상대가 떠났다는 뜻이다. 감정적으로는 물리적으로든. 그럼 남은 나는 누가 다독이고 지켜준단 말인가. 나밖에 없다. 그러니 나를 더 사랑해주는 수밖에. 그렇게 내 사랑을 받고 치유되고 쑥쑥 자라는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될 것이다.

 

책에 쓴 글 속 나와 일상 속의 나는 종이의 양면처럼 다르다. 고백하자면, 글 속에서 드러나는 내 모습은 내가 만든 이상향이면서도 꽁꽁 숨겨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만 콕 짚어 ‘나’라고 할 수 없다. 각각의 조각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중일 테니까. (95페이지, 여러 모습의 나)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관계를 맺고 끝내고, 상처받고 아픔을 다독이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쓰기의 방법으로 자기 모습 하나씩,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간다. 그렇게 순간들의 모습이 모이면 온전한 자기의 형상을 만들어내겠지. 그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기록한다는 건, 나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그 과정을 거치며 점점 나아질 것이니까 말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몇 가지 단계로 흘러갔다. 떠나간 많은 것의 집착을 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다가도, 마음을 스트레칭 하는 방법을 배운다.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 생각과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마음은 더 너그러워질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워지는 게 타인의 말을 듣는 거다.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자기만의 생각과 고집도 쌓인다. 그런 사람에게는 타인의 생각을 전하기가 어렵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어 무서울 때가 있다. 귀를 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열리지 않은 때가 많다. 상대가 그걸 지적하면 또 귀를 얼마쯤 더 닫게 되기도 한다. 이런 순간을 확인하는 것도 무섭다.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이상한 습관들, 버려야 할 고집들을 저자의 말로 슬쩍 꺼내 본다.

 

점점 더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우게 하는 문장들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아온 시간을 건너온 저자가 터득한 방법들이겠지. 타인과의 관계가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관계에 목매지 않으려는 의지로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는, 마음의 주인은 나 자신이므로. 어차피 우리는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면서 살아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는 일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때마다 그 모든 이유에 오랜 시간 마음을 담아두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 어느 것도 나의 일상, 나의 삶보다 소중한 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가끔 우리는 답을 다 알고 있으면서 묻는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객관적인 답을 들어야만 더 설득력이 있어서일까. 때때로 이성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답과 내 감정선이 극과 극에 서 있다. 아닌 걸 알면서도 마음을 향하고, 안 될 걸 알면서도 한 번 더 두드려보고 도전하는 것. 그때마다 결과는 어땠나? 대부분 이성이 이기고야 말지만 감정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속은 후련하지 않았던가. (169페이지, 애써 참아본다)

 

그동안 만나온 많은 에세이와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다. 그래서 차별화된 분위기의 글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각자의 감정은 너무 귀한 것이어서, 이런 기록을 남겨둔 저자의 시도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건 분명히 알겠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픔을 통과하는 것이겠지만, 그 감정을 쓴다는 건 그 무엇보다 효과가 있다. 그게 일기든, 대화든, 무엇이든.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을, 상처 극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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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비슷비슷한 글을 만날 때 질리는 부분이 있어 에세이를 덜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또 마음에 들어와서 에세이를 찾게 되고요.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뻑공님의 글을 읽으며 귀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18.12.07 13:08 댓글쓰기
  • 이작가

    wkf qhrh rkqlsek

    2018.12.08 10:2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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