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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12가지 인생의 법칙
열두 발자국

[도서] 열두 발자국

정재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간의 뇌와 마음은 빅뱅 이래 시작된 장대한 물질 진화의 산물이며 뇌와 마음이 단일한 원리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적인 유예를 가진 다양한 충동과 논리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복합적 과정이다. (367페이지, 《에덴의 용》 중에서)

 

누구나, 공통된 질문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제도 오늘도 했던 생각, 내일도 당연하게 떠올릴 질문. 예전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요즘을 실감하면, 어쩌면 이런 질문은 초 단위로 우리에게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과는 사뭇 다른 스케일인데, 사실 한 끼 메뉴를 정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지 않은가. (웃음) 그러니 우리 인생을 통틀어, 나만이 아닌 우리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에서 버티고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이 세계를 어떻게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우리 몸과 하나로 알고 끌고 가야 할 질문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쉬운 답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시간,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너무 많다.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수시로 변화하는 세상에 우리는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고, 잘못된 변화에는 오류를 파악하고 수정을 해가면서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감정보다는 뇌의 영역으로 주관하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흐름과 경험치의 이해를 동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인간은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존재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삶조차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다 다르다. 누군가를 파악하고, 어떤 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일, 우리를 발견하는 일은 KAIST 정재승 교수가 함께하자고 말한다.

 

그의 강연 중에서 열두 개를 뽑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드는 생각이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거라는 거다. 고백하건대, 나는 과학의 어려움에 선뜻 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인간을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기 위한 인문학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중요합니다. (25페이지,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조금은 특이한 채용방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오일러수를 푸는 방식의 구글 채용은 저자가 결과를 말해주기까지 나도 몰랐다. 인간이 가지는 호기심의 환경과 정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증명하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선택으로 의사결정을 완료하는지 묻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배우고 익숙한 것을 근거로 많은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다니던 길로만 가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 새로운 맛의 선택을 의심하고 주저하며 고민한다. 연필을 살까 샤프 연필을 살까,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비슷하지만 다른 것을 고르는 일. 이 정도는 선택이란 고민의 애교 수준이다.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또 하나의 걸림돌은 결정 장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찾아오는 그 결정 장애는 누구나 가진다. 특히 점점 인생의 큰 선택을 하면서 결정 장애의 시간은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이유를 사회 안전망의 부족에서 찾았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다시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는 게 인간인데, 요즘의 사회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위험률이 낮다고 여기는 조금 더 안정적인 차선의 선택을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선택의 어려움 앞에 계속 놓여있어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멀리 밀어두고? 아니다.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과거의 경험으로 정확한 계산을 하면서, 최고의 선택을 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이때 저자가 언급한 것은 메멘토 모리다.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의사결정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우리에겐 오늘만 있다는 가정이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저는 '결정을 한 다음에라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번복하고 다시 하라'고 권합니다. 반면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의사결정을 한 뒤에는 뒤돌아보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돌아보면 항상 실패한 것 같고 후회가 들고 다음 결정을 빨리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저는 의사결정을 한 뒤에 후회하고 반성하는 과정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에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92페이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결핍이 욕망을 낳는다고 했다. 부족한 것을 경험해야 자기에게 필요한 욕망을 찾고 선택한다. 부모나 사회로부터 익숙해진 욕망 말고, 우리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 1등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할 시간 같은...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는 간절함이 중요하다. 적당한 결핍은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했다. 일상의 의욕을 생기게 하고 성취의 동기 부여가 되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결핍을 찾는 일. 지금 우리에겐 그 결핍을 찾기 위해 놀이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놀이는 인간의 내재한 본능이므로 목적을 두지 않는다. 뇌의 여러 영역을 발달시켜주는 창조적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을 찾아간다. 나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인간이 가지는 습성은 한 가지만이 아니지 않은가. 나도 내가 궁금하다. '나'라는 존재를 표면적으로 몇 마디 할 수는 있겠지만, 나도 아직 잘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뇌의 '새로 고침'을 떠올리기도 한다. 버벅거리는 컴퓨터를 잘 사용하기 위해 한 번씩 리셋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저자는 인생에서 새로 고침은 어렵다고 말한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순간은 수시로 찾아오지만, 그 욕망을 이룰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목표와 익숙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인생의 새로 고침을 이끄는 건 바로 절박함이다. 이게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저자는 이때 또 한 번 메멘토 모리를 언급한다.)은 그 어렵다는 인생의 변화를, 우리에게 찾아오는 절박함은 새로운 탐색을 하는 삶으로 이끈다. 우리의 뇌는 기존의 익숙함을 벗어나기 어렵게 조직되어 인생의 새로 고침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달려갈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좀 더 재밌고 새로운 인생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애줄 겁니다. '내가 지금처럼 10년 살아봤더니 이 삶이 주는 즐거움이 뭔지 충분히 알겠어. 그럼 이제 새로운 삶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볼까?' 하는 설렘으로 새로고침을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우리 뇌는 습관이라는 틀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게 디자인돼 있지만, 새로운 목표를 즐겁게 추구하도록 디자인돼 있기도 합니다. 어느 뇌 영역을 사용할 것인지는 이제 여러분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154~155페이지, 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앞서 들은 강연도 매우 재미있었지만, 조금 더 흥미롭게 들은 강연이 6장이다. 우리가 미신에 빠져드는 이유를 과학적인 근거와 실험으로 언급하면서 우리가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한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경기가 어려울수록 복권 판매율이 는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게 어려울 때 복권 사는데 사용할 돈이 어디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복권 당첨을 꿈꾸며 지금의 힘듦을 벗어나고 싶은 바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물론 '당첨되면'이라는 가정이 실제가 되어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빨간색으로 이름 쓰지 않기나, 밤에 휘파람을 불면 안 된다거나, 다리 떨지 말라거나. 어디에서 근거한 말일까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처럼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삶의 태도를 만든 거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미신에 빠져들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우리가 주관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미리 비는 일. 누구에게? @@ 이럴 때일수록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추론으로 현실을 봐야 한다는 거다. 경험과 근거가 중심이 되어 여러 번 살펴보고 생각하고 검증하고,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과 추론을 불러오는 열린 태도가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우리 삶은 이렇게 열려 있다는 말로 들린다. 좁은 시야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아 보는 게 우리 미래를 더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라는 겁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고요.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월급날 월급이 들어올 때보다 지금 강연장을 나가다 복도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추웠을 때 더 기쁜 것처럼,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겁니다. (179~180페이지,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7장부터는 미래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세계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창의적인 뇌를 가질수록 미래에 대응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 같다. 남과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도 느낀다. 새로운 문명의 발달에 적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창의적인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좋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슬프게도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뇌가 그러하단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익숙함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세상과 의미 있는 충돌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이런 우리 뇌의 창의성을 늘리기 위해 제법 익숙하고(?)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적당한 운동과 수면, 독서로 뇌를 움직이면서도 쉬게 하는 일, 여행이나 사람 만나면서 지적인 대화를 넓혀가는 일로, 세상에 부딪히며 커가는 지적 능력으로 우리 삶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세상에 나가 해결 방법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새로운 해법을 떠올리는 능력이 바로 그 사람의 지적 능력입니다. (중략)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도 그 순간을 종종 만들어내 봅시다. (220페이지, 창의적은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인공지능의 놀라움을 경험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렸다고도 한다. 혁명이 시작됐다. 뭔가 빠르고 거세게 휘몰아치는 느낌이다. 천천히, 아직도 아날로그적 습관이 많이 남아있는 나 같은 사람은 지금의 흐름이 마치 밥을 급하게 먹고 체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제 겨우 스마트폰에 익숙해졌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라는 개인의 상황일 뿐이고, 우리가 더 크고 변화하는 세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보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세상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 같고, 세상은 점점 디지털이 장악할 것 같고, 미래의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만 같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릴지도 모른다. 신세계를 만들어냈던 스마트폰 다음에 무엇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인간의 세상은 끊임없이 발전하기 마련이니, 새롭고 편리한 것들을 위해 몇 번의 빅뱅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인간이다. 그런 우리가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계속 묻게 된다.

 

혁명이 어떻게 시작될까요? ' 아직 오지 않았지만 오기를 바라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시작됩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혁명을 꿈꾸죠. 그래서 돈키호테도 이런 말을 하죠. "누가 미친 거죠? 장차 이룩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건가요, 아니면 있는 그대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이 미친 건가요." 아직 오지 않은, 하지만 왔으면 하는 미래를 위해서 이 거대한 세상에 헛되게 싸우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의 열정이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313~314페이지,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우리 뇌는 오류를 범하고 그 오류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인공지능에도 같은 방식의 성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 있다고 한다. '이해' 인공지능이 이해의 영역을 못 하는 게 인간의 장점이란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의 기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이 점차 확대되어 어떻게 제조업과 유통업에 접목되어 혁신을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디아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일과 사회의 발전뿐만 아니라 일과 일상의 변화를 부른다. 뇌(직업)와 몸(작업) 사이의 균형(워라밸)이 중요해진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지 물을 때, 저자는 '미래의 기회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려는 자들에게 열려있다'고 말한다.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으로, 인지적 유연성(상황이 바뀌었을 때 나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과 기다림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 능력이 혁명을 이루어낸다. 위험 관리 성향(시대와의 불화를 경험하며 바꾸려는 노력, 집단 지성의 솔직한 소통)을 키우도록 도전하는 사람이 적응하고 살아남는다. 꾸준한 시도와 실패의 가능성을 탐험하는 일, 새로운 경험이 내 삶의 철학을 쌓는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지식에 따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지고 정해진다.

 

여러분, 혹시 도시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으세요?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그래서 미친 듯이 돌아다녔더니 그 도시를 잘 알게 되는. 저에게는 바로 그게 인생의 큰 경험이었어요. 우리는 평소 길을 잃어본 경험이 별로 없죠. 길을 잃어본 순간,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지도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58페이지,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저자의 강연은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게 불편하게 들리지 않았다. 쉽고 재밌으면서도 충격적이었다.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던 과학으로의 접근의 두려움을 없애주었다는 게 가장 첫 번째 변화이다. 또 과학과 인간의 관계를 쉽게 연결하지 않았던, 익숙함에 안주하고 싶었던 일상의 바람이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반성이다. 안다.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했던 (앞에서 말한 새로고침이 어렵다는 것처럼 ^^) 내 삶의 문제를,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의 현실적 조언으로 자꾸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러 가지로 고정된 사고의 방식을 흔들고 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나뿐일까? '더 나은 삶을 위한 뇌 과학자의 인생 특강'이란 소개말을 격하게 공감한다. 과학적인 근거와 사고로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는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로 이끌고 있었다. 과거와 오늘, 미래를 엮어가는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탐험해야 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이 탐험을 더 흥미롭고 긍정적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 뇌를 탐험하는 여정은 계속된다.

 

 

(솔직히, 이 책은 이렇게 정리하는 것보다 직접 들어보는(읽어보는) 걸 더 권하고 싶다. 저자의 강연장에서 직접 듣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의 말투부터 생생하게 다가온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어려운 과학을 조금은 편하게 들려주려고 애쓰는 게 보인다. TV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본 게 전부이지만, 이런 방식의 과학 이야기라면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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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책을 검색하며 보니까 책과 함께 강연권을 끼어 팔았더라고요.
    책도 재미있었는데, 그의 강연은 굉장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과학자의 강연이지만 상당히 좋을 것 같은, 즐겁게 강연을 들을 것 같았어요.
    다음번 시리즈 알쓸신잡에 다시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곰돌이 푸의 미소를 매주 보고 싶은. ^^

    2018.12.24 17:4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아 그랬어요?
      지방민이 아니었다면 그 강연권 탐났을 것 같아요. ^^
      어렵지 않게 들려서 더 좋았던 책이었어요.
      과학이 이렇게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면 계속 듣고 싶어요.

      2018.12.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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