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되지 않을 것 같던 2000년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 순간 2019년의 끝자락이 되었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면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부르는 돌림노래처럼,
오늘도 나는 기어코 그 노래를 부르고야 말았다.
‘언제 2019년이 이렇게 끝나버렸지?’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습관처럼, 식상하게도, 내년의 바람을 물었다.
단 1초의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건강이라고.
대부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가족의 건강이라고 대답하는 걸 들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소원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소원들이 있기에,
가장 무난하게 말할 수 있는 게 가족들의 건강이라는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왜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을, 혹은 누군가의 안위를 바라면서 소원을 빌었는지를.
오늘 나는 건강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깨달았다.
건강을 소원이라고 비는 것은 진실이었을 것이라고.
엄마의 건강 때문에 힘든 가을을 보냈고,
이제 겨울을 넘어가는 지금, 나 자신의 건강에 의문을 갖으면서 보내고 있다.
연말이라 병원에 방문하기가 애매한 시간이어서 1월로 미루고 있지만,
내 몸의 어떤 변화를 의심하면서, 이 증상이 뭘까 걱정하면서 요즘을 지냈다.
인터넷의 바다에 뿌려진 많은 정보를 들으면서 마음의 병을 키우고,
괜히 혼자 겁을 먹고 병원 검색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은 없을까? 안 좋은 결과를 들으면 어떡하지? 괜찮을까?
혹시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을까?
온갖 예측에, 온갖 불안을 마음에 담고 있으니, 머리에 새치가 늘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은 크고 진해졌다.
밥맛이 없는데도 뭔가를 계속 먹고 살을 찌우고 있다.
하아...
역시, 누구나에게 건강이 최고의 소원이었어.
이 투명하고 진실 되고 소중한 말을 이제야 의심 없이 듣고 있다니...
정말이에요.
건강에 맹신하면서, 늘 젊음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사람들이 말하는 건강의 바람을 웃으면서 들었어요.
근데 모두에게 그 건강은 최고의 바람이자 간절한 소원이었어요.
2020년, 아무 탈 없이, 그 어떤 이상도 없이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2019년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