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담 : 최애에 관한 두근두근한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처음 읽었던 소설이 좋아서 두 번째까지 읽게 되었는데, 이번 박서련의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솔직한 느낌이 강하다.
연애하던 남자와 여자가 있다. 소설은 여자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는데, 오랫동안 남자와 연애한 여자가 이제 곧 그 남자와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한다. 뭐,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연애도 하고 헤어질 수도 있지.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저 사람 살아가는 많은 일 중의 하나라고 여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의 고백 같은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진심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는 게 재미없다며 시작한 여자의 말은,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거리 두기로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외출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시간을 지내왔다. 처음에는 코로나 이전의 생활이 그리웠더랬다. 함께 만나서 먹고 웃고 떠들던 시간. 그립다는 게 뭔지 절실히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2년여의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이제 거리 두기 해제와 ‘위드 코로나’ 생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낯설다. 오죽하면 마기꾼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을까 싶을 정도이니... 오히려 여자는 SNS에 집중하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듯하다. 인스타에 올리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는 게 뭔지 새삼 알게 되는 기분이랄까. 안 된다고 하니까, 금지하니까 더 간절하고 고마운 사람들과의 시간이었다. 오늘의 기록을 열심히 하듯 인스타에 그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가 지내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여자는 또 다른 생각에 빠진다. 남자와의 데이트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문화생활의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이었던 걸까. 별것 아닌 것에도 성의를 보이고 웃었던 ‘우리’가 그냥 좋은 사이였다는 것을.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었던 거라고. 더 무서운 건, 이렇게 무료하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이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게 슬프지도 않다는 거. 우리는, 서로가 함께하던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
많은 이가 겪어봤을지도 모를 이야기라서 더 공감했다. 연애하는 우리는 행복하고 많이 웃을 수 있겠지만, 연애가 시들해지고 서로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게 된다. 그때 우리는 어떤 답을 찾게 될까. 작가는 이 이야기로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와 감정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거, 그걸 인정하는 것도 연애라는 거. 읽는 나도 그 감정의 변화와 흐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너무 평범하고, 솔직해서 끌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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