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불문, 국적불문, 사랑에 대한 화두는 참 다양하고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을 맛보는 것은 또 하나의 쾌감일 것이라고.
문학을 전공하는 서른 살의 대학 강사 파울리나.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호나스와 사랑에 빠진다. 외모에서부터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호나스에게 반한 파울리나는 변호사 애인이었던 라미로와 헤어지고 호나스와의 불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분명 파울리나는 호나스를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믿었으며, 호나스에게 자신의 사랑법을 적용시킨다. 틀리지 않았다. 분명 사랑을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이 남자, 호나스가 수상하다. 일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자주 가는데, 가기만 하면 연락두절, 혹은 같은 도시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일이 있어서 그랬다면서, 집중해서 일해야 한다면서, 자신도 복잡하다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그렇게 자신의 연락두절을 정당화시킨다. 호나스와 사랑을 하면서 매일 밤 파울리나는 악몽을 꾼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현실(자신이 지금 하는 사랑)이 자신이 꾸는 악몽과 같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이의 배신을 확인한 파울리나는 복수를 꿈꾼다. 그녀의 나이 서른 살, 그 최고의 날을 꿈꾼다.
파울리나의 악몽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사실 나는 그 악몽에 등장하는 각종 신화나 오페라, 혹은 연극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잘 모른다. 이 책 속에서 부분적으로 풀어내주는 이야기만으로 이야기를 유추했다. 그리고 파울리나의 현실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것과 그녀의 꿈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같은 모양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두근거린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사랑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으면서, 인간이 가지는 사랑에 대한 원초적인 감정들에 관해 풀어내고 있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이 만들어내는 감정들, 사건들, 이기심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사랑의 잔인한 최후까지. 볼장 다 본 사랑의 끝은 그랬다. 잔인하고 우울하고 괘씸했다. 더불어 통쾌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면들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닌 척, 괜찮은 척, 관대한 척 위장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솔직한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단지,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방법이기에 참았을 뿐이라고.
시원하다. 그녀의 최고의 날에 나도 공범이 되련다.
“그날 그 시간에 파울리나는 나와 같이 있었어요.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