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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전쟁

[도서] 욕 전쟁

서석영 글/이시정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다 읽고 나니, 정말 딱~! 필요한 책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네요.”

 

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거기 도서실에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도우미 봉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사서가 없었기에 학부형 어머님들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했었는데,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니면서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아이들 욕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을 수가 없었어요. 보통은 오후 수업 시작하면서 일찍 끝나는 아이들부터 도서실에 오는데, 어디쯤에서 아이들이 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어요. 시끌시끌 소리도 들리지만 욕을 하면서 오거든요. 말을 시작하면서 욕을 담아 시작하고 말을 끝내면서도 욕으로 마무리를 하는. 진짜 그렇게 듣기 싫어서 아이들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조용히 타이르면서 얘기하지만 잘 듣지도 않고, 특히나 고학년 아이들은 이미 어른의 타이름이 그저 잔소리쯤으로 들리는지 듣는 척도 안하더군요.

 

사실 어른들 사이에서도 욕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욕을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저 안할 뿐이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합니다. 물론 정말 화가 날 때는 저도 욕을 합니다. “야~! 이 18색 크레파스야~!” 하구요. ^^

 

 

이 책에서는 욕을 하는 아이들의 심리부터 욕을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고 선생님께서 욕을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아이들과의 대립구도까지 그려주고 있습니다. 읽다가 보니 웃음도 나고, 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특히나 욕을 하는 아이들) 장면들을 보면서 알듯 모를 듯 웃음이 자꾸 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 세계에서도 무리가 있습니다. 끼리끼리. 그 중에서도 힘 좀 쓰고 분위기 조성하는 아이들이 있죠. 주인공 지선이네 반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욕 잘 하고 싸움 좀 잘하면 우두머리가 된 듯한 분위기로 반을 휘어잡으려는 아이들이지요. 지선이는 관찰자의 입장입니다.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요. 그 어느 무리에 속하지 않는 가운데에 서서 양쪽을 바라봅니다. 그런 지선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욕하는 아이들에 대해서요.

아이들이 욕이 너무 심해지니 선생님께서는 ‘욕’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욕을 하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고 빡지를 쓰게 하고, 선생님 나름대로의 적절한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욕이 더 하고 싶습니다. 입버릇처럼 익숙한 욕을 못하는 상황이 오자 아이들은 힘들어합니다. 욕도 못하고, 잘못 걸리면 손이 후덜덜 떨리도록 죽어라 빡지를 쓰고. 그래서 아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냅니다. 일명 ‘가면 씌운 욕.’

아, 웃겨라. 보다가 진짜 웃음이 납니다. 욕이 아닌 듯 하면서 욕을 대신할 수 있는 욕이죠.

들어는 봤나~~

치킨 히트 - 닭 + 치다 - 닥쳐

애플 마우스 - 사과 + 쥐 - 싸가지

찐찌버거 - 찐따 + 찌질이 + 버러지 + 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말합니다. 교실이 마치 욕공장이 된 것 같다고…….

 

그렇게 아이들이 하나씩 방법을 생각해낼 때마다 선생님 역시 하나씩 벌이 새로워집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듯이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려는 듯이.

아이들이 아이들 나름대로의 방법을 하나씩 개발해낼 때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축소판 같았어요. 이게 안 되면 저렇게, 그게 안 되면 다시 또 이렇게. 빡지를 미친 듯이 써야하는데 욕을 하고 싶은 한 아이는 미리 빡지를 써놓고 욕을 즐겁게 내뱉기도 하는 욕통장을 만들기도 하고,

 

 

 

 

‘개새끼’라는 욕을 하고 싶은 아이는 자기의 강아지에게 ‘개새끼’란 이름을 붙여주고 신나게 이름을 부릅니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빡지가 엄청나게 쌓인 아이에게 욕을 탕감해달라는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웃음) 말 그대로 욕에 굶주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으니 일부의 욕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정말 욕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걸까요?

 

욕을 하고, 선생님께 혼이 나고, 벌을 받고,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계속 겪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볼만 합니다. ^^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욕을 참게 되고 게다가 참을성까지 배우게 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뭐랄까, 꼭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게 되잖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욕을 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역시 아이들과 같은 욕을 하고 있었거든요. @@ 무조건 욕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왜 욕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겪어가고 배워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

어른들, 특히나 운전대 손에 잡으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을 하시는 어른들. ^^ 이 책을 보고 좀 배웁시다.

 

 

 

 

덧붙임.

가끔 어린이 책을 고를 때 보면 연령대 고르기가 좀 애매한데요. 시공주니어 문고에서는 같은 초등학생 대상이어도 그 연령대를 3가지로 구분해놓았습니다. 독서 레벨 1, 2, 3 이런 식으로요. 이 책은 ‘독서레벨 3’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권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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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저도 욕 무지 싫어해요.
    아이들이 집에서 한번씩 욕을 하면 저한테 무지 혼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면 저절로 욕을 할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욕을 하지 않아도 할말이 많을텐데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욕을 하기 시작하다가 중학교에 가면 최고점을 찍고
    고등학교에 가면 덜한다고 하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2011.12.27 13: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저희 조카가 중학교 입학했을 때 제일 걱정했던 게 바로 욕이었어요. 애들이 입에 달고 사는데 이 아이가 그 틈에서 괜찮을까 싶어서요.. 다행히도 고등학교 입학한 지금도 욕은 안해요. 나가서는 할지 모르겠지만요.

      2011.12.28 18:47
  • 깽Ol

    세상에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사람중에
    욕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ㅎㅎ
    더군다나 아이들의 그 끊임없는 재잘거림에 거침없이 쏟아지는
    유려한 욕추임새는 정말이지 -.-
    제가 도우미 했었더라면 엄청나게 뭐라 했을거 같아요. ;;;
    그러다 뒷통수 조심해야 됐을지도. ㅎㅎ
    정말 아이들 앞에서는 부처가 되야 할듯 바른말,고운말,예쁜말
    자비로운 웃음 ㅎㅎㅎㅎ -.-

    2011.12.27 16:3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아이가 부모의 욕을 따라하는 경우도 봤어요. 진짜 조심 또 조심...
      정말 화가 나서 욕한다면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화가 많이 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욕이 일상이면 듣기 싫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어요.

      2011.12.28 19:14
  • 스타블로거 쎄인트saint

    ㅎㅎ재밋게 잘 봤습니다..아이들의 상상력과 융통성이 발휘되는 모습도 보이구요..왜 그런 이야기 있지요..외국에 나가면 욕부터 배운다구요..그래서 욕사전도 있다지요..저는 공군에 근무했는데..더러 무개념GI(미군)들과 같이 근무하다보니..입이 근질근질 할때가 많더군요..인상쓰며 뭐라 하면 GI들이 아..욕을 하는구나 하고 눈치로 때려잡지요..그래서 정 한마디 하고 싶을땐..얼굴엔 미소를 지으면서..이렇게 이야기하곤하지요.."이 해삼 멍게 말미잘 같은 넘아~" ㅎㅎㅎ

    2011.12.27 22:1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책이요.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더라구요. ㅎㅎ 아이들 너무 기발했어요. ^^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오면 욕부터 배운다니까, 뭐 그렇네요. ^^
      아, 욕사전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

      2011.12.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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