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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긴 생각

[도서]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이어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하듯이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하게 하거나 남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 결국 장황한 수만 마디의 말보다 정곡을 찌르는 몇 마디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촌철살인은 한정된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일의 종류가 갈수록 많아지고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급증하는 현대 사회에 매우 적합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대인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말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조급증을 느낀다. 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듣는 데 치중하는 탓에, 관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말이 이어져도 금방 참을성이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집중도가 여느 세대보다 짧고 생각의 깊이도 얕다. 아무리 자신에게 유익한 말도 오직 길이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일쑤다. 이런 성향을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우리에게, 이어령 박사는 자신의 책 『짧은 이야기, 긴 생각』에서 삶에 대한 성찰과 지혜를 대단히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형식의 글로 제시한다.

 

이 책은 이어령 박사가 팔십 평생의 인생 경험 속에서 깨달은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명상록이다. 제목에 나타난 그대로 대부분이 짧은 산문이나 수필이고 경우에 따라 간단한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짧은 이야기’에 속한다. 그렇지만 이어령 박사가 쓴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런 짧은 이야기 속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인생에 대한 사색과 혜안(‘긴 생각’)이 박사 특유의 어법과 문체로 표현된다. 이 책은 글자 그대로 촌철살인의 정신을 체현한 작품(incarnation)으로 평할 수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고 발뺌하거나 투덜거리는 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지만, 이 책에는 그런 구구절절한 변명이나 핑계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어령 박사가 현대인의 생리에 대단히 정통한 까닭에 이런 책을 구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히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들이밀기 딱 좋은 형태의 인생 지혜서다. 아니, 우리보다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한 선배인 노학자의 지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조금씩은 이런 변명의 심리를 공유하는 우리 대다수 현대인에게 대단히 반갑고 유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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