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은 굉장히 특수한 형태의 질문과 대답을 하게 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박동섭, 회화분석 2019 참조) 일반적인 경우에서의 질문들은 모두 ‘묻는 자’가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답을 하는 자’에게 묻게 되는데, 학교라는 상황에서는 ‘묻는 자’인 교사가 답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답을 하는 자’인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학생의 대답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회화 방식을 기초로 하여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지난 100년간 특정한 모습으로 굳어져 우리 모두의 뇌리에 박혀 있다.
바야흐로 2022년이다. 전통적인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이제는 그 효용성을 다했다는 말이 등장하게 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새롭게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설정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학교와 교실의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공간들이 학교에 생겨나기도 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새롭게 조정해 나가면서 “수업 중 발문”이라고 일컬어지는 교사의 질문도 당연히 주목받게 되었다. 질문이 바뀌어야 수업과 교실이 바뀐다는 슬로건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교육혁신의 중심에 교사의 “질문”이 우뚝 서기도 했고 말이다.
첫 번째 시도는 관계를 뒤집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교사가 답을 아는 상태에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답을 알고 교사는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을 해 본 것이다. 교사가 “진짜 질문(답을 모르고 하는 질문)”을 하면 학생들이 “진짜 대답(말해주고 싶어하는 동기에 의한)”을 하며 역동적인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교육을 “우연”에 기댄채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하나의 큰 그림(무엇을 목표로 하느냐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지만)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것을 "교육의 목표"라고 부른다. 교사의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우연한 반응에만 의존하게 되면 나아갈 길을 잃어버리게 될 수밖에 없다. 목표를 말하지 못하는 교육은 널리 인정받기는 어렵게 된다.
두 번째 시도는 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관계(알면서 질문하고, 대답을 평가받는)는 유지하면서,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은 질문을 던지고 평가의 부담은 줄여주는 방식이 등장하였다. 학생들이 쉽게 반응할 수 있도록 이미지, 동영상 등과 같은 도움 장치들을 곁들여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소통하게 활동을 구성한 것이다. 수업의 끈을 놓아버리는 “수업 중 잠자는 학생” 문제 해결에는 큰 성과를 보였지만, 수박 겉핥기 같은 뻔한 이야기들만 오가거나,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들을 점점 더 자극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집중력이 서서히 약해지는 등의 상황으로 교실이 소란스럽기만 하고, 학생들이 “교과와 관련된 지식”을 충분히 잘 배우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시도 중 어느 한쪽에 정착한 사람들도 있고, 양쪽을 왔다 갔다 계속 오가는 사람들도 있으며, 애초에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교사-학생 관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리는 사람도 있다. 현재 그렇게 교실은 흘러가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들이 왜 어떤 질문에는 흥미를 갖고 어떤 질문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지에 대한 신뢰도 있는 연구결과값을 갖고는 있나? 그런 것들이 사회적 자본으로 교육대학이나 교사 집단에 축적되어 있을까?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은 그저 주관적인 기호와 취향의 영역에 있는 것일까? 그저 각각의 학생들이 그때마다 갖는 흥미에 반응해 주기만 하면 되는걸까? 그게 아니라 개별적인 관심들의 어떤 경향성은 없는 걸까? 질문을 위한 질문, “그냥 그럴 것이다”하는 수준의 근거를 통한 질문들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학생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선생님도 궁금한”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역사책을 만났다. 선생님도 능히 궁금할 정도로 흥미로운 질문이니 학생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지, 선생님도 모르는 “진짜 질문”들로 학생들의 “진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인지 타이틀을 보면서 궁금함이 생겼다. 과연 첫번째 시도를 완성시키는데 온 힘을 다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책일지, 아니면 두번째 시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책일지 관심이 갔다.
“역사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세계사 질문 사전”에는 무려 질문들이 101가지나 있다. 보물과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질문들을 학생들과 나눠보면서 어떤 질문에는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어떤 질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우리 교사들이 연구해 나갈 것이다. 개별 학생들의 관심들이 어떤 경향성을 띄는지를 발견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통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교사가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교육이라는 것이 전문가적 역량에 의한 발전을 이뤄나갈 것이다.
그나저나 다시 한번 알고 싶다. 아이들은 어떤 것에는 왜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것에는 왜 관심이 없는걸까? 그리고 그것에는 하나의 경향성이 존재할까? 계속 탐구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