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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도서]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채정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물리적 거리두기는 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코로나 시국 내내 공식 용어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못된 말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할 수 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게 합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면 생존에 위기가 옵니다. 힘든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를 좁혀서 서로를 보듬어주고 돌봐준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p60

우리는 ‘혼자’라서 더 아프다는걸 코로나 펜데믹 이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펜데믹 이후 20대 우울증 비율이 증가 했다는 얘길 듣고 처음 든 생각이 ‘고립감’과 ‘막막함’이었다. 내일을 내다볼 수 없고 오늘에 희망과 기대를 안을 수 없으니 혼자인 그 시간들 속에서 하나 둘 발 밑으로 껴져간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그 곁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함께 했다면 꺼져들어가는 그 시간들이 우울하지만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 책 속에서 눈에 콕콕 박히는 ‘우리’라는 말 속에서 이전에는 새삼 와닿지 않았던 끈끈한 힘이 다시금 느껴졌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운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자 이선민 씨가 이태원 참사 직후 SNS에 쓴 말이라고 한다. 한 사람에게만 일어난 우연한 사고나 재난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 우리가 이 고통을 직면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속에서 얻게되는 트라우마, 트라우마는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재난상태’라고 한다.

한 사람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집안 전체 아니가 그 사람이 속한 ‘모든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것을 ‘같이’ 해결해야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하고 ‘같이’ 이겨내야 한다. ‘각자도생의 사회는 어려울수록 나에게만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 안전은 오로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심리, 그것은 결과적으로 믿고 의지할 만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한다’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우리’ 속에서 안전과 안녕과 내일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

책 속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울분.
외상후울분장애, 즉 PTED라 해서 한국인의 43.5% 만성적으로 울분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PTSD보다는 약한 감정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광범위하게는 울분에서 발현되는 여러 감정들이 그 사람의 총제적 감정을 억울하고 분노하고 무기력하게 느끼게 한다.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노력의 무효화’는 젊은이들의 우울증 또는 자살율과도 깊은 관계가 있어보였다.

배상은 트라우마 치료의 기본이다. 배상은 사고로 부서진 삶의 일부를 인정받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배상을 받았다고 해서 ‘돈을 받았으니 이제 그만해라’와 같은 일부 사람들의 생각에는 나는 강한 저항감이 든다. 책에서보면 대부분 재난, 참사 관련 사람들은 제대로된 배·보상을 적절하게 받지 못했고, 배·보상은 남은 가족들이 삶을 영위하는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일 뿐, 이 재난이 무효화 되거나 그 고통을 그만 스톱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받았다고 해서 더 이상 슬퍼하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거리로 나오면 안되는 것이 아니다. 잊지 말아달라고, 사회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잘못속에서 힘없이 스러져간 한 생명의 고귀함을 계속해서 지켜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든, 10·29든, spc든, 이주노동자든, 그게 뭐든 그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죄없이 죽어간 이들의 이름과 그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남은 그의 가족들과 그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고통속에 허물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그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게 삶이고, 그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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