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을 기반으로 작성된 인터뷰 형식의 자서전이다. 그래서인지 ‘자서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화형식의 문체들이 편안하게 다가왔고, 자신의 업적들을 무턱대고 읊어대는 느낌이 아니라 가장 찬란하고도 중심이 되었던 한 시기를 덤덤히 이야기 하는 부분들이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일하기를 싫어하는 아버지로 인해 가난한 유년을 보냈던 그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학교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어릴 때 백일해로 입원해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고, 유대인이라는 오해로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생김새 때문에 겪은 고초는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계속 이어지는데 나는 잘 느낄 수 없지만 (그의 얼굴에서 다양한 인종을 느낄수 없음) 그의 생김새로 인한 차별과 부당함이 그 당시 시대적 문제점들을 여실히 보여주어 흥미로웠다.
심리학과 대학원생 가운데 최초로 심리학 개론 수업을 하며 가르치는 즐거움에 빠진 그는 스탠퍼드 심리학과에 재직하며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기게 된다. 전쟁이 확산되는 시점에 심리학과에 ‘소문클리닉’을 세워 소통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으며, 학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던 중 프로젝트를 운영을 지원 받아 ‘영웅적 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방관자 효과’라는 실험으로 모든 선의와 적절한 행동, 장애물 사이에 문제가 존재한다는 명제를 미국 1000여개의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고등학교 동창 밀그램과의 회고가 인상적이었는데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 비윤리적 실험이라는 논란으로 본질이 가려지고 몇 년 후 그 후속실험 격인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탄생하게 된다. 밀그램이 비윤리적 실험으로 학계와 갈등을 겪고 종신재직권을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이 실험이 너무나도 중요한 실험임을 이야기 하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데 너무나도 요긴한 실험이라 이야기 한다.
‘맡은 역할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 담긴 가장 큰 메시지이다. 많은 논란거리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그 실험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세세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결국 실험을 종료하게 된 건 연인의 말이었는데 그 역시 그 실험에서, 그가 맡은 역할에 심취해 있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교도소 실험 이야기 중 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은 교도소의 생활을 몹시 힘들어 했는데 그 이유가 부정적인 현재에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공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는 참가자들을 보며 ‘시간관과 심리학’을 연구해 과거와 현재, 미래 중 어느 시간대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을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서 밝혀주기도 했다. (먼저 읽은 책이라 반가웠지요)
60권의 저서를 쓰고, TV시리즈도 제작해 심리학이 아우르는 다양한 사회를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까이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조분조분 들려주며 나의 흥미를 자극시키는 나의 베프가 곧잘 떠올랐다. 그녀가 선 자리에서 많은 학생들과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선한 영향력으로 잘 쓰고 있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심리학은 수줍음과 무지, 자기합리화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학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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