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타인의 아픔은 전이되기도 하고 동조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련만, 여기 이 곳 응급실에서 그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의료인들에게는 그저 그 아픔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코로나 19가 불어닥친 병원의 응급실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한번 입으면 3시간은 벗을 수 없는 보호장비를 입고 의사소통이 안돼 통유리에 마커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어 의미있었다 이야기 하는 간호사들의 젖은 머리칼을 바라보노라니 절로 숙연해진다.
밤 중 오토바이 사고로 피에 절은 팔을 닦아주며 간호사는 걱정한다. 곧 이 아이를 만나러 올 가족이 상심할 걱정을 하는 것이다. 울고 있는 보호자에게 다가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며 안심시키고, 더 이상의 생명연장은 고통의 연속일 뿐 이제는 보내주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존엄과 존위가 깃들어 있다.
저자 본인도 응급실 간호사이며 어렸을 때 큰 아픔을 겪은 당사자로써 환자를 대할 때의 마음이 일반적일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응급실의 어질러진 현장사진. 그 상황을 제세동기의 위치와 바닥의 물자국들,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하는 부연 설명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생명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현장을 그보다 더 사실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던가. 그건 마치 생이 얼마나 치열하고 또 악착같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너희들의 생이 사실 이렇게 적나라 한것이라고, 잘 보라고, 이게 바로 삶의 현장이라고 얘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사진 속 침상에 누운 환자들의 모습은 너무 사실적이었다. 쪼글쪼글한 발바닥, 피 딱지가 말라 붙은 지저분한 신체의 피부들.. 그게 진짜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목숨 앞에 무엇이 중요할 것인가.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모습, 그 자체로써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긴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펜데믹의 끝자락에서 그 한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나락의 한 가운데로 스스로 뛰어든 모든 의료인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함을 느끼고 언제고 시간이 흘러 흘러 내 아이가 자라나 코로나 19를 지식적으로 접하게 되는 날 아이에게 꼭 이야기 해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각자의 안위에 혈안이 되어 있었을 때, 누군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의 생명과 희생을 기꺼이 내 놓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