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쓰고내가됩니다 - #지혜
창작 스튜디오 ‘걷는 생각’을 운영하는 저자 지혜님은 삶을 관통하는 단어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실제 아이들에게 읊조리듯 친절하고도 따뜻한 말들로 들려준다.
작년 읽은 책 중 (「독서가 국가 경쟁력이다」) 무지개의 색깔을 이야기하며 흔히들 무지개의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정말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일까 라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빨강과 주황빛으로 보이는 그 경계에 무수히 수 놓인 많은 색깔을 표현하지 못할 뿐, 수 많은 단어는 존재하지만 쓰지 않기에 그저 빨강과 주황이라고만 말하는 것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우리는 우리가 쓰는 언어 안에 갇혀 살게 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물감과 색연필을 이야기 하며 색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 속 노을 지는 하늘을 보라. 선명하던 푸른색은 빛바랜 회색이었다가 노랗고, 또 붉게 물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노랑인지, 빨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파랑은 어디에서부터 물러나는지 누구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다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 있는 존재. 그 모호함 속에서 내가 찾은 단어로 그 틈을 찾고 통과해 흔적을 남기고 모양을 바꿔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저자의 기록들이다. 그 기록들을 찬찬히 읽으며 나 또한 내가 알고 있었던 단어들에 대해 새로운 색깔을 입혀 보고 틈을 벌려 보고,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 본 시간들이었다.
√ 단어는 텅 비어 있는 그릇으로 태어나. 그릇을 쓰는 사람이 무게를 더하는 거야. 자신의 경험, 생각, 의도 같은 재료들로 만든 요리를 채우는 거지. 사람마다 겪은 일도 가치관도 목적도 서로 다르니까 같은 단어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무게가 다르겠지? p21<취미>
√ 삶에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바깥보다 나 혼자서 견디는 안으로 걷는 시간이 반드시 오는데, 그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법이거든. p34<후회>
√ 나의 삶은 이 세계의 영향으로 더 나아질 수 있지만 방해받고 무너질 수도 있어. 그때 존엄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한거야. p67<존엄성>
√ 평범한 진실 하나를 발견한 나의 이야기를 네가 들어 주어서 나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어. p83<특별>
√ 나는 인간이므로 동물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은 나는 유색 인종이므로 백인보다 덜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여성이므로 남성보다 덜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가난하므로 부자보다 덜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질거야. p126<동물>
√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 모두가 자리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일, 그렇게 우리의 사람다움을 지키는 일을 환대라고 해. p201<환대>
갑작스런 임신으로 계획했던 일들에 차질이 생기며 자신에게 일어났던 감정을 이야기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나 유년시절 상처를 이야기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저자의 모습속에서 이 책이 비단 언어를 다루는 인문, 글쓰기, 교양서 아닌 저자의 깊고 진한 이야기가 마음을 묵묵히 울려주는 에세이가 되기도 했다.
다음 그녀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면, 여행을 하며 바라본 세상의 단어들을 이야기 해주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음 책이 어떤 내용이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대가 될 것 같다. 저자님이 이야기하는 ‘환대’와 ‘커버링’이라는 단어는 기억속에 깊이 남을 것이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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