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격이다. 고사성어나 전문용어, 어휘를 많이 안다고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갖췄다 할 수 없다. 그건 그냥 유식하고 교양 있는 거다. 나는 소위 유식하고 교양 있다는 사람들이 인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인격은 기본적인 어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 어떠한 의도로 쓰는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p99」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입이 매워졌다. 매워졌다는 이 표현 말고는 달리 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나는 종종 아이와의 대화에서 얼얼해지곤 한다. 그때마다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말이 곧 너야. 너는 말로써 표현되는거야”
아이를 낳은 후에 세상을 바라보는 잦대가 변했다.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한번 더 생각해 봄으로써 그간의 실수와 오해들을 스스로 한꺼풀 벗겨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변화의 곡선은 바로 이 ‘말’이었다. 꼭 아이 앞에서 ‘말조심’을 해야지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들이 작가의 말처럼 굉장히 무심하게 흘려보내지고 있구나하는 자각이 일었다. 그 무심을 관심으로 돌리면 비로소 보이는 인격, 바로 말의 인격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서두에서 말한 ‘기본적인 어휘’를 상황과 상대와 의도에 맞게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 <어른의 어휘력>에서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다. 무턱대고 붙여쓰는 ?시겠습니다, 무심함의 최종판인 감기 낳으세요와 같은 맞춤법 오류, 그저 이전에도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면 되지와 같은 타성 짙은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냥 ‘하겠습니다’로 정정하도록)등 ‘기본’의 틀에서 한참이나 비틀어져 비어져 나간 무수한 말들을 바로 잡고 또 알아가는 것이 ‘어른’으로써의 우리가 말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파악하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퀴(일을 마무르는 끝매듭) 지을 지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 과정은 언어라는 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p78」
언어와 의식을 함께 성장시켜 자신의 감정을 잘 파악해 그 말이 갖는 힘을 간파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지성이고 인성이라는 생각이든다.
사람을 상품화시켜 갖다놓다, 내놓다, 쓰다와 같은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 “가정교육 잘 받았네.”, “여자가 능력있어.”, “나이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어 보이세요.”와 같은 고정관념에 점철된 칭찬을 가장한 평가의 말 삼가기, 사투리의 고유성 인정하기(모두가 표준말을 구사할 필요도 이유도 없지요), 내가 쓰는 말(단어)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기 등 책이 던져준 숙제가 많다. 얼마 전 읽은 신지영 교수님의 <언어의 높이뛰기>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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