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방 - #버지니아울프
8월 13일 205p. #열린책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점 말입니다. 8
처음에는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이름마저도 영롱한 가녀린 그녀의 얼굴, 헌신적인 남편을 만나 이렇게 주옥같은 글들을 남긴 그녀를 말이다. 더군다나 그녀의 마지막이 꼭 영화 속 한 장면인것만 같아 20대 초반 그녀의 책을 만나 탐독하며 그녀를, 그녀의 글들을 애정하였다.
20대 초반의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에 대해 얼마나 그 의미를 부여했겠냐마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기만의 방’은 나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은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20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만났다. 올 초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책이 나의 책장에서 발견하여 (있는줄도 몰랐다는) 틈나는대로 읽으며 틈새독서를 했었는데 반정도 읽고는 덮고 말았다. 그녀의 전형적인 문체라는 걸 알면서도 그 흐름의 끝을 따라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를 떠올리면 ‘신경쇠약’이라는 문구가 같이 떠오른다. 그녀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그 신경쇠약이라는 부분이 오버랩되면서 글을 쓰는 버지니아의 자아는 어쩌면 본래의 그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보았다.
<자기만의 방>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늘 해야 했던’ 여성들이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었던 시대에 ‘한쪽 성별의 안정과 유복함, 다른 성별의 궁핍과 불안정을 작가 정신에 주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주는 영향을 생각’하게 했다. 여성들은 학교(칼리지)의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이 있어야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었던 시대에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그녀는 다른 여성들보다는 좀 더 허용된 지적 자유 안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셰익스피어같은 천재는 노동해야 하고 교육받지 못하는 하인 계층에서는 나오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며 계층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소설(글)쓰기이라는 행위를 통해 낮지만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천재는 노동자 계층 뿐 아니라 여성들 중에도 존재했을 게 분명하’다 이야기 하며 여성 본인들이 가진 잠재력과 주도성을 찾으라 이야기한다. ‘돈을 받지 않으면 하찮게 여겨지는 일이 돈을 받으면 위엄있는 일이 된’다며 18세기 수백명의 여성이 쓴 번역서나 글쓰기는 채링 크로스거리에서 4페니짜리 상자에서 팔렸다고 이야기해준다. ‘의식적인 편견을 갖고 쓴 글은 죽을 운명’이라 이야기하는 그녀의 문구들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이(차별)는 문학이라는 장르안에서 뿐 아니라 많은 글 속에서 걷어내어져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리얼리티와 직면해서 살기위해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권한다. 수많은 리얼리티 속에 담겨진 한 인간의 삶이 무엇보다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여성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자기에게 필요한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뚫고 큰 울림이 되는 이 말들을 그 시대에 용기를 가지고 말했던 수 많은 여성들의 진심이 온전히 와닿은 느낌이다.
지적인 자유는 물질에 의존한다. 168
내가 가진 이 풍요로움속에서 이렇게나 문학을 탐구하고 애서가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 감사해지는 문구였다. 오롯이 스스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때 주위의 많은 것들에게 눈이 돌려지기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 경제력을 갖춰야 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있는 자아에 지적자유가 살포시 내려 앉을 수 있게 부단히 쓰고 읽어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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