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북클러버
연필로 쓰기

[도서] 연필로 쓰기

김훈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북흐북흐 독서 모임 "북클러버" 2월 지정책은 김훈 작가님의 『연필로 쓰기』 이다.

1월 읽었던 『하얼빈』의 작가님 김훈, 한 번만 읽고 지나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한 작가 깊이 알기로 2권의 책을 더 읽기로 하고, 지정된 2월의 책.

『하얼빈』이 녹록치 않은 책이었고, 『연필로 쓰기』도 산문임에도 무려 467쪽이기에

부담감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만큼 책은 어렵지 않았다.

초반에 술술 잘 읽혔고, 중간중간 더디게 책장을 넘기는 부분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재미있었다.

꽤 두꺼운 책장을 덮으며, 다시 제일 앞장을 들쳐보았다.

"작가의 말" 이 아니라 "알림"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

처음에 봤을 때는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펼쳐보니,

작가님의 어떤 우려와 걱정을 했는지 더 깊게 와 닿았다.

그리고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나의 편견과 편애, 소망과 분노, 슬픔과 기쁨에 당당하려 한다.

......

나는 삶을 구성하는 어려 파편들, 스쳐지나가는 것들, 하찮고 사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치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호수공원의 수다떠는 할머니들부터, 밥과 똥, 이순신과 우륵, 세월호와 연평도 폭격, 한국전쟁 6.25,

할매들의 한글 배우기와 시, 서울과 신의주를 이어주는 남북철도, 이국종의 막장 등등

폭넓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야기는 작가님이 알림에 밝힌 것처럼 편견과 편애과 함께하고,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이 매우 선명하게 나타난다.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을 잘 해내기에 작가인가!)

작가의 시선이 닿은 다양한 소재가

작가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과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어가며

작가란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인가! 감탄하게 된다.

나는 먹고 사는 일의 무서움에 떨었다.

......

노동은 대규모로 소외되어가고,

노동은 오직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168~172

"아, 100원" 챕터를 읽을 땐

어디 멀리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매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와닿았다.

하루하루 묵묵히 자신의 노동을 해내는 사람들이

노동의 가치와 신성함을 인정받아 가치있는 댓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할매들의 시를 읽으며,

글자와 시속에 담긴 할매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마음이 먹먹해질 만큼 가난과 고난이 함께 했지만 할매들의 글은 발랄하기도 하다.

작가님의 말처럼 "할매들의 감성은 가난과 억압에 매몰되지 않았다"

"몸으로 시를 쓰던 할매" 와 "생애 전체와 눈에 보이는 것 모두를 수다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놀라운 언어능력을 지닌 여성 노인"을 지나 나는 어떻게 내 삶을 "늙힐지" 생각해본다.

작가님의 나이가 벌써 70대라 그런지 책 곳곳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발랄함이 함께 했다.

이제 나도 늙어가는 나이가 부담스러기만 한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늙는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새롭게 생각해게 된다.

(항상 20대 청춘인 줄 알다가 내 나이를 깨달을 때마다 헉! 하고 놀란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똥"이야기.

똥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해본 작가가 있었을까?(내가 읽어본 책중에는 단언코 없었다)

냄새다고 더럽고, 아이들만 좋아할 것 같은 "똥"을 소재로 이렇게 다채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감탐했다.

이 거대하고 운명적인 똥을 생각하면서 나는 문득 삶에 대한 경건성을 회복한다.

......

설치지 말고 까불지 말고,

말이나 똥을 함부르도 내지르지 말고...

64쪽

"똥" 이야기를 하며 삶에 대한 경건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마 이 글만 읽는다면 쉽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똥"과 "똥을 치우는 사람들"과 "똥을 내지르는 사람들" 이야기를 가만 듣다보면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똥의 작동원리"가 참으로 고맙게 여겨진다.

그리고 나또한 작가님의 글처럼 삶에 대하여 경건해지며 말이나 똥을 (특히 말을) 함부로 내지르지 않길 다짐하게 된다.

북흐북흐 독서모임덕분에 읽게 된 『연필로 쓰기』,

작가님이 풀어놓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단숨에 읽으며 소화시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 날때마다 두고두고 조금씩 읽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도 참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올까? (나랑 책 취향이 맞지 않을 수도 ;)

문학동네 카페를 들여다보니, 『연필로 쓰기』 2편을 연재중이던데 2권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김훈 #연필로쓰기 #문학동네 #70대소설가 #산문 #다양한소재 #다양한생각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