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독서 모임 "북흐북흐"
여러 독서 모임이 진행중이고, 그 중 "夜!다락" 에 참여중이다.
뜬금없이 夜!다락을 소개하자면 매월 2번 모임이 진행되고, 모임은 밤에 진행된다.
1번은 그림책 소개, 1번은 매월 지정책 읽기
2월 지정책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이다.
작년에 김제동의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을 읽으며 심채경박사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도 참 이쁘셨고 ㅎㅎ 그리고 글에서도 느껴지는 조근조근한 말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물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젼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
염없이 전퍄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프롤로그 13쪽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에서도 소개되었던 이 문장이 참 좋았다.
어떤 곳에 즐겁게 몰두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좀 더 알고싶다..라는 생각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하는 것 없이 바쁜 일상에 잊고 있었던 책을 야다락 지정책으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심채경 박사님은 『알쓸인잡』 출연으로 더욱 유명인사가 되셨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대로 『알쓸인잡』에서도 조근조근 자신의 할말을 하시고,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도 정성스럽게 듣는 모습을 보며 호감도는 무한대로 커졌다.
내가 키운 기대감만큼이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는 재미있었다.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았던 나인데, 요즘은 에세이를 자주 읽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김훈의 『연필로 쓰기』 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신문기자 출신, 연륜이 묻어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롭지만 애틋한 시선이 묻어났던 『연필로 쓰기』
여성과학자가 말해주는 어렵지만 친근한 과학자 이야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까? ㅎㅎ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는 4부로 구성되어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뉴턴 과학잡지를 보며 천문학자를 꿈꿔왔다는 거창한 이유없이
그냥 흘러가는 데로 자신의 삶을 살다보니
어느 날 천문학자, 한국 최초의 달 과학자가 되었다는 이야이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며 어렵게 박사가 되었음에도, 박사를 운전면허증과 같다는 농담을 하는 여유가 좋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박사님이 친근해진다. 대학의 덕을 보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대학의 가치를 아쉬워하는 부분은 많은 공감이 갔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 준비소가 아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56쪽
대학은 무엇인가!
대학이 진정한 학문하는 곳이 되는 것이
사람들이 달에가서 사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현실이....참 막막하다.
그럼에도 작가님처럼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고,
내가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건네며 때때로 유머도 잃지 않는 교수님들이
대학에 있을꺼라 생각하니 조금은 희망을 가져본다.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가? 제목을 보며 궁금했던 점이다.
아...천문학자는 컴퓨터를 보는 시간이 더 많구나!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된다.
밤늦게까지 대학 연구실 한 자리를 지키며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간을 즐기는 천문학자!
백퍼센트! 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1초뒤에 후회하는 과학자!
그리고 여성 과학자가 바라본 "우주인 이소연"
나는 사실 이소연이 먹튀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사실을 잘 몰랐다. (이렇게 과학이나 천문학, 또는 우주에 관심이 없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고, 혹시나 생각이 치우친 건 아닐까 검색도 함께 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
누군가에게 먹튀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이 자랑스럽다.
이런 글을 용기있게 써준 작가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 쉬운 결정은 아니였을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 과학자라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와 여자라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다.
105쪽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과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작가가 천문학자라는 사실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3부와 4부.
1.2부는 쉽게 이해하며 슥슥 페이지를 넘겼다면, 3부와 4부에 나오는 우주관련 용어는 잠시 책장을 멈추게 한다.
그렇지만 너무 겁먹지않아도 된다.
작가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문장을 2~3번 조근조근 읽어가다보면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에게는 없었던 우주에 관한 지식을 쌓아가며 조금의 보람도 느껴볼 수 있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181쪽
작가가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따라가다보며 나도 우주를 사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우주를 사랑하며 관심을 가지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다.
여성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에세이. 의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