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면 읽고 있는 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약해져있었는 줄도 모르고 버티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약한 모습을 보여봐야 타인에겐 약점밖에 되지 않을 걸 알고 있으니 상처가 곪든 썩든 꽁꽁 감춰놓고 이상적인 나의 모습만을 연기하고 있었던 게 이 글 앞에서는 모조리 무너져버린다. 나 자신도 상처를 보면 더 아려올까봐 전혀 돌아보지도 않고 회피해왔는데, 내가 만들어 놓았던 벽이 글이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니 그제야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내가 제대로 보였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른들은 그렇게 타인에게 정직하고 배려있게 살아야 한다는 걸 가르쳤으면서 왜 그 마음을 나 자신에게도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해주지 않은 걸까. 나는 왜 하필 이런 나를 만나서 저런 꼴이 되도록 아무 말도 못하고 홀로 참고만 있게 되었던 걸까. 남에게는 오지랖인 걸 알면서도 먼저 손길을 내어주며 다가가놓고. 왜 나에겐. 그러지 않은 걸까.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듯, 자신의 상처들을 바라보는 일도 똑같다. 그런 상처를 나게 둔 나와 상처가 났음에도 외면까지 해버린 나 자신을 모두 되돌아보는 일이기에. 이런 돌아보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 이성으로는 알고 있어도 감정에 용기는 전혀 남아있지 않고 무너져버릴 자신에 대한 두려움만이 가득해 망설이다 다시 생각 저편으로 밀어두곤 한다. 이 책이 부디 당신에게 무거운 짐이 계속 쌓이는 악순환을 끊어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