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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작성글 철학자이자, 작가이자, 강연자의 일상 속 사유
지스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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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표지의 디자인과 제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 페이지가 700 페이지를 넘으니 이 무슨 깔끔한 노란빛 벽돌인가 싶으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책의 두께가 두께다 보니 이 두께만큼 긴 호흡의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 피로감이 극심할 게 뻔하니 어느세월에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책 안에는 순간마다 떠오르는 영감들을 메모로 남겨놓은 짧은 글로 채워져있어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글의 길이들이 짧다보니 조금 읽고 덮어놓고 나중에 다시 읽더라도 흐름이 끊기는 게 덜해서 항상 들고 다니며 야금야금 읽었다. 약속을 기다리면서, 학교에서 잠시 틈 나는 시간에, 담배 한 대 피우러 간 옥상의 햇살이 따뜻할 때 벤치에서,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지루한 지하철 안에서 등등. 무게는 무겁지만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꺼내들 수 있었고, 그 안의 철학적이면서도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따라 깊이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작가이자, 철학가이자, 수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작가님의 삶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이 더 없이 작가님의 삶을 잘 보여주었고, 나는 나의 삶과 닮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글을 읽을 수록 더욱 매료되어갔다. 이 책에게. 이 사람에게. 분명히 자신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순적으로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으며, 우울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날이 이어지지만 그곳에서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고 감정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너무나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됐다. 오죽하면 이 사람의 삶은 내가 될 수 있는, 이룰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삶 속에는 철학이 스며들어있었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사유가 묻어나왔으며, 어이없을 정도로 얕아보이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끝을 알 수 없이 깊은 그런 모습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이런 책들을 발견하는 맛에 내가 아직도 책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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