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확인 홀'이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물체들의 존재를 흔적도 없이 집어삼켜버릴 수 있다는 특성이 작 중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죽음, 즉 자살에 대한 고민에 해결책이 되는 모습을 보며 공감이 갔다. 자살은 음독, 투신, 교상 등 어떤 방식이던 흔적이 남아 발견되길 마련이고, 죽은 이후 시체의 모습을 보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혐오감을 주는 등 구경거리로 전락하거나 기억에 남아버리니 더욱 주저하게 된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타인들에게 어떤 식으로 기억되는지,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게 되니 이런 점들이 행동을 막는 큰 고민거리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미확인 홀'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약을 이용한 안락사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남는다. 특히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점이 주변인들에게는 자살을 했다는 마침표적 요소가 아니라 자신이 실종되어 어디선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어두침침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읽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다. 작가의 말에서도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삶과의 연결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라고 하시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기억에도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