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양자역학
- 리먀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대비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이론’을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저런 책을 통해 숱하게 들어봤다. 하지만 많이 들었다고 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이 나와도 과학적 맥락에서 달리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양자역학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데, 확률이 중시되는 주사위 놀이를 하느님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뽑아낸다고 해서 우리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리먀오가 지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고보혜 옮김, 더숲, 2018)은 이렇듯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역학을 비유와 일화를 섞어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이론적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양자역학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학자들과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다.
양자역학에 대해 알려면 우선 고전역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고전물리학의 세계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거대세계를 가리킨다.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운동의 세 가지 법칙과 만유인력을 설명했다. 관성의 법칙, 운동 방정식,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알려진 3법칙을 통해 뉴턴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더불어 뉴턴은 우주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원리로 잘 알려진 이 법칙으로 그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세계에서 크게는 해, 달, 별에서 강, 호수, 바다를 거쳐 곡식이나 소금처럼 작은 것까지”(20쪽)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뉴턴 역학의 충실한 신도였던 라플라스가 우주의 현재 상태를 알면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뉴턴 역학은 당대 학술계에서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20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뉴턴 역학이 거시세계에만 적용된다는 걸 서서히 자각하게 된다. 돌려 말하면 아주 작은 척도가 필요한 미시세계에서는 뉴턴 역학이 통하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히는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 효과를 발표하여 ‘플랑크 상수’를 발견한 막스 플랑크와 함께 양자 세계로 가는 길을 열었다. 광전 효과는 빛을 금속에 조사(照射)하면 그 내부에서 전자가 나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상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빛의 주파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일정 주파수 이상의 빛은 한 번만 비추면 금속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 주파수 이하의 빛은 아무리 오래 빛을 비추어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는다. 고전역학을 신봉한 과학자들이 주장한 에너지는 연속적이라는 주장이 완벽히 깨지는 순간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광자(양자)로 구성되어 있는 걸 그 이유로 제시했다. “광자 에너지는 빛의 주파수에 달려 있는데, 빛의 주파수가 높을수록 광자 에너지는 크다.”(36쪽)는 것이다. 광자 에너지가 크면 그것이 전달하는 에너지도 크다. 이 에너지가 금속 원자의 속박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면 전자는 즉시 금속에서 튀어나온다고 아인슈타인은 생각한 것이다. 빛이 양자라는 사실을 최초로 제시한 사람은 닐스 보어이다. 그는 수소 원자 모형을 통해 전자는 분리된 특정 궤도에서만 운동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특정 궤도를 벗어난 다른 곳에서는 전자가 온전히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양자는 어떤 법칙에 부합할까?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속의 전자는 불확정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자의 위치는 언제든지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시세계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은 절대로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주의 현재 상태가 결정되어 있지 않으니 우주의 과거나 미래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미 100여 년 전에 고체와 액체는 물론 기체에 이르는 모든 물질이 실제로는 더 작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와 원자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세상에 있는 물체의 표면은 매우 촘촘해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물체 내부의 대부분은 비어 있다. 그렇다면 컵을 구성하는 원자는 어째서 탁자를 구성하는 원자 사이의 빈 공간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지은이는 러더퍼드의 실험 내용을 제시하며 원자 내부에 매우 작고 단단한 무언가, 곧 원자핵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원자핵은 양전기를 띠고 전자는 음전기를 띤다.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도는 것처럼 전자가 원자핵의 주변을 돈다. 볼프강 파울리는 수소 원자핵 주변에는 하나의 전자만 존재하는 배타 원리를 통해 물질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원자는 한 쌍의 ‘댄스 파트너’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 ‘댄스 파트너’가 다가오기를 원하지 않는다.”(75쪽)는 비유에 배타 원리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양자 역학은 레이저나 반도체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빛은 수많은 광자를 포함하고 있고 그 에너지 크기는 모두 다르다. 그런데, 레이저의 경우 그 안에 있는 광자 에너지의 크기가 모두 같다. 레이저로 얼굴 점을 뽑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검은 점이 있는 부분의 전자 에너지와 레이저 광자 에너지를 맞추면 레이저가 점을 파괴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반도체는 도체와 절연체의 중간 영역에 속한다. 반도체는 순수한 상태에서는 절연체인데, 외부 조건을 조금 변화시키면 이내 도체가 되는 특성이 있다. 양자 역학에서 전자의 위치는 불확정적이어서 언제든지 여러 곳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지은이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반도체 도로의 자동차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배트맨처럼 초능력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한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도체도, 절연체도 아닌 반도체를 양자역학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데는 적절해 보인다.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인류의 대뇌와 양자 컴퓨터를 비교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양자 컴퓨터와 고전 컴퓨터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부품인 스위치가 열린 상태이면서 동시에 닫힌 상태라는 점이다.”(148쪽)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를 동시에 표현하는 ‘양자 비트’가 가능하다. 두 개의 고전 스위치는 한 번에 한 개의 숫자만 표시하지만, 두 개의 양자 스위치는 한 번에 00, 01, 10, 11이라는 4개의 숫자를 표시할 수 있다. 양자 스위치가 20개 있다면 한 번에 표시하는 숫자는 100만 개가 넘는다. 고전 컴퓨터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계산 능력을 양자 컴퓨터는 지니게 되는 셈이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도 이런 양자 스위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를 닮은 컴퓨터라? 양자 컴퓨터가 생겨나면 인간의식의 업로드도 가능하다니, 인류의 삶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갈 게 분명하다. 양자 역학은 그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