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반야심경

손민규 역
태일출판사 | 1999년 12월

 

 

 

 

지성은 현재 안에 존재하는 능력이다.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는 경향이 더할수록 그대는 지성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지성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능력, 아무데로도 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능력이다. 이때 그대는 깨어 있다.

예를 들어, 그대가 불난 집 안에 앉아 있다고 하자. 그대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 있다. 그 순간에 그대는 깨어날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에 그대는 과거 전체를 잊는다. 그 순간에는 심리적 기억들이 아우성치지 못할 것이다. ‘삼십 년 전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참으로 환상적인 경험이었지.’ ‘얼마 전에 레스토랑에 갔었는데 그때 그 맛이 아직도 입안에 감도는 것 같아. 갓 구어낸 빵의 그 부드러운 맛과 구수한 냄새!’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294)

 

직관은 내면에서 나온다. 직관은 그대로부터 성장한다. 직관은 그대의 존재가 활짝 피어난 것이다. 이것이 명상, 직관, 통찰이라고 불리는 의식의 특성이다. 이것은 자아라는 중심이 없는 의식이며 무시간성(無時間性)의 차원이다. 또는 이것을 지금’ ‘현재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재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라. 이것은 과거와 미래가 둘 다 사라진 현재이다.

드 샤르뎅은 이것을 오메가 포인트(the omega point)’라고 부른다. 이것을 붓다는 열반(涅槃)이라 부르고, 자이나교에서는 모크샤(moksha)’라고 부르며, 그리스도는 하나님 아버지(God the Father)’라고 부른다. 이름이 다를 뿐이다. (343)

 

어떤 사람이 붓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붓다는 태연히 얼굴을 닦아내고는 더 말할 것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붓다의 제자들은 너무나 놀라고 분이 치밀었다. 수제자인 아난다(Ananda)가 붓다에게 말했다.

이건 너무 심합니다! 당신께서 이 자리에 계시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그 자를 죽여버렸을 것입니다. 그 자가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았는데 당신께서는 더 할 말이 있는가?’ 하고 물으셨습니다. 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붓다가 말했다.

침을 뱉는 것 또한 의사표현의 일종이다. 아마 그 사람은 너무 화가 나서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침을 뱉은 것이다.” (373~374)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