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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아직도 지상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나요? 박속 지진 것을 먹이기 위해 당신을 잡은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나요? 그러면 당신은 또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누구도 당신을 붙잡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지금 처한 상황은 당신 스스로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저에게는 저대로 가야할 길이 있고, 당신에게는 당신대로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저를 잃고, 아이들을 잃은 분노에만 휩싸이지 말고, 차분히 당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다고 하지요. 당신과 나도 하늘이 맺어준 부부 인연이었을까요? 차마 당신과 땅에서 산 수년의 삶이 행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몸은 지상에 두었어도 저는 항상 하늘을 꿈꾸었으니까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저는 원래 제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으니까요.

 

지금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저도 충분히 짐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서럽게 하는 그 마음을 누구도 치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당신 눈에서 떨어지는 그 눈물 한 방울조차도 당신이 감당해야 몫입니다. 모질다고요? 천만예요. 모진 짓은 당신이 제게 했지요. 단 한 번이라도 날개옷을 잃고 낯선 남자를 따라나선 여인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나요? 제가 땅 위의 운명을 온전히 제 몫으로 받아들였듯, 당신도 반드시 당신 몫의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언젠가 당신과 저와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당신은, 그럴 수 있나요?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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