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들른 서점에서 구입한 책. '새로운 서점에 왔으면 뭐라도 한 권은 사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둘러보다가 제목에 이끌려 집었는데 만족할만한 내용이었다.
사실 내용에 특별한 것은 없다. 문구가 취향인, '문구인' 저자가 문구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글이다. 하지만 나도 나름 예전부터 문구를 좋아했던 사람이고(저자의 문구 사랑을 보고 있자니 나는 '문구인'의 칭호까진 획득하지 못할 것 같다) 책도 가볍고 얇아서 푹 빠져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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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했던 부분. 나와 작가만 이런건가? -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의 취미는 책상 위 오브제 관망하기다. (중략) 이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만지작거리다 보면 금세 두세 시간이 지나버린다. 책상 위 물건들 중에서도 유난히, 이상하게 더 좋은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솟아서 특별히 더 잘 보이는 자리에 배치한다. (p.38)
'굳이' 불편한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
생각해보니 나는 굳이 수고를 들이는 일을 좋아한다. 칼로 연필을 깎고, 매일 시계의 태엽을 감고, (중략). 이런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 속에 항상 쓸데없는 일들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 수고로운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p.67)
인정합니다. -
물건을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어차피 살 거 당당하게 사면 되지 않나. 그래서 이제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중략) 더구나 세상에 진짜로 필요한 물건들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게 지루해진다. (p.93)
저자가 알려주는, 문구인이 말하는 서울의 3대 문방구 -
홍대의 호미화방, 고속터미널의 한가람문구, 남대문의 알파문구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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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 오랜만에 내 문구들을 꺼내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썩 재미있었는데, 아래 몇 장의 사진과 설명을 덧붙여본다.
후쿠오카에서 비에 도망치듯 들어간 상점에서 구입했던 uni 사의 목재 볼펜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한 것을 기억하고 몇달 후 베프가 선물해줬던 플래티넘 사의 만년필
부모님이 동유럽 여행을 갔다가 펜을 좋아하지 않냐며 사다주신 스와로브스키 사의 볼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