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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도서] 떨림과 울림

김상욱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둠은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며, 어둠이 없는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23쪽)

너무도 아름다운 이 문장은 문학적이지만 은유가 아닌 팩트의 기술이다. '파동임에 틀림없는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갖는다.'(134쪽) 빛이 입자이기 때문에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는 아름다운 문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떨림과 울림>을 한번 읽었을 때 알쏭달쏭하기만한 물리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각 장은 이해가 되는 듯 시작했다가 알 수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리뷰는 써야겠기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때 23쪽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왔다. 물리에서 떨림, 울림, 설렘을 느끼는 저자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물리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저자가 이 글을 쓰고자 했던 마음은 이해해야 뭐라도 적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7쪽) 저자가 말했듯 한계는 있었지만 진심은 분명히 전해졌다. 아무리 되뇌어도 감동이 줄지 않는 '... 어둠이 없는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라는 한 줄이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첫번째 이야기는 우주의 놀라운 사건이자 우주의 시작이 되는 138억년 전의 빅뱅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은로 빛이 탄생한다. 그와 함게 시공간이 탄생한다. 빛은 탄생하면서 공명하고, 색을 가지며, 속도를 가졌다. 재밌고 흥미로운 것은 여기까지였다. 시공간에서부터 알쏭달쏭해지는데,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일 뿐인데도 명확하게 알아 먹을 수가 없었다. 빅뱅 이후로 우주라는 공간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한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은? 우리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으므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어느 순간 공간이 생겨난 것이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사실 빅뱅의 이론적 기반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빅뱅,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이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풀었을 때 가능한 답의 하나에 불과하다. 놀랍게도 이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 자체를 다룬다.'(27~29쪽) '엄밀히 말해서 이것(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기술하는 물리량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니까.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 공간은 측정 결과 얻어진 결과물이다.'(29쪽) '실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시공간의 기학적인 모양을 기술한다. 빅뱅의 순간 시공간은 '점'이라는 도형이 된다. 그러니 이 순간 시간도 생겨난 것이다.'(30쪽)

빅뱅 이전의 시간이 1초일 수도 있고 빅뱅 이후의 지금까지의 시간의 두 배일 수도 있다고 나(저자와 독자인 나의 구분)는 생각한다. 시작점을 만들고 싶은 것은 인간의 뜻일까, 아니면 신의 뜻일까?

이 우주에 대한 물리학 이야기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맥스웰 방정식(174~184쪽)이었는데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접하는, 밀접한 물리 이야기에 관심이 가게 된다.

'현재 우리는 전기에 기반을 둔 문명 속에 살고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모든 전기현상을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기술한다.'(175쪽) 하며 전자기파의 기작에 대해 설명해준다. 저자는 겨울철 정전기가 튈 때 우리는 '전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따끔한 통증이 '전기장'이라고 한다. 전하는 전기장을 만들고, 전하가 흐르면 전류가 되고, 전류는 자기장을 만든다고 한다. 또한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해도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전기장이 변해도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전하나 전류 없이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어 가며 공간으로 진행하는 것이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빛이다. 맥스웰 방정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즉 전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맥스웰의 전자기파를 실험으로 확인한 사람이 하인리히 헤르츠로 우리가 아는 89.1MHz(메가헤르츠)할 때 헤르츠라고 한다. 헤르츠가 사람이름이었다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방송이 시작되고 전화기가 생기고 하는 것이 이 맥스웰 방정식 덕분이라니 흥미롭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전기장을 저장하는 축전기C, 자기장을 저장하는 코일L을 서로 연결해주면 송수신기가 된다고 한다. 이 'LC 공진회로'가 모든 핸드폰에 들어있어 우리가 현재의 현대문명을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본입자에서 분자, 인간을 거쳐 태양과 은하에 이르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사건을 훑어봤다. 결국 물리학이 우주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물리는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뜻하지 않은 복잡성이 운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다.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기계에 불과하다.'(250쪽)

이 알아먹기 힘든 물리 이야기를 다 읽어낸(그것도 두 번이나) 결과가 이것이라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리학자에게 수식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은 모두 무의미한 것인가 보다. 의미, 마음, 감정, 사랑, 기쁨, 아름다움, 희망 등등등의 것들 말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기계가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인공지능이 도달한 의식은 우리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금붕어가 상대성이론을 상상할 수 없듯이 말이다.'(212쪽)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지능만 높고 감성이 부족한 인간의 모습이 말해주듯 지능만 가진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갖지 못하고, 스마트폰이 갖는 의미, TV가 갖는 의미, 이 우주의 의미,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의미 등등의 '의미'를 모를 때는 무엇이 소용에 닿을 수 있겠는가. 외면 받을 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지우는 것은 인간과 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이다.'(207쪽) 물리가 수식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들을 외면할 때 기계는 인간이 될 수 없고 경계는 영원할 것이다. 인간이 신을 외면할 때 신을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들 없이도 산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은 수식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게 될 때이다. 저자는 '어둠이 없는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고 저 우주의 밤하늘을 설명할 때 인간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개미>에서 주인공 개미 103호가 인간에게 말했듯이 인류애(사랑)과 예술이라는 무상과 무용한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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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우리가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은 수식이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 없을 때라는 말이 공감이 됩니다. 신비적인 요인이 없으면 인간들의 정신이 고갈 될 듯합니다.

    2019.01.25 17:09 댓글쓰기
    • 이야기

      물리학에서 정신을 뭐라 증명할지 모르겠어요. 정신이 고갈되면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해하려고 열심히 읽었는데 조금 재밌기도 했는데 우주에 의미가 없고,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기계라는 결론은 허무하게 만들었어요.

      2019.01.25 17:29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라서. 교양 과학 서적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2019.02.11 21:08 댓글쓰기
    • 이야기

      찻잎미경님 방문 감사합니다. 저는 좀 어려워서 바로 한번 더 읽어야 했어요. ^^

      2019.02.12 07:59
  • 파워블로그 책찾사

    요즈음 어렵게 생각되던 과학에 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된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책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조금씩 과학에 대한 이해의 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이 책과 연관지어 리뷰 마지막에 등장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대한 이야기님의 언급을 보면서 이 책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를 느끼신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저도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

    2019.02.12 09:5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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