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전달하는 느낌의 한계는 과연 있을까?
시를 읽으며 종종 드는 생각입니다. 다양한 감정들이 문자들 통해 나에게 다가왔을 때 그 글은 매우 매력적이고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문자 속에 감정을 담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강한 어조의 단어를 이용한 자극적인 문장이 아니라 잔잔한 물결 같은 일상적 단어들로 적절히 조합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말 고도의 글쓰기 기술을 가진 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마술 같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읽은 나희덕 시인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는 매우 단아한 한 권의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 인상의 말들도 없었고 거칠거칠한 자투리도 없는 시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온한 단어들이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매우 신기한 느낌을 주는 한 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나희덕 시인의 시들은 차분한 느낌의 시들이 많아서 지금까지와는 큰 차이점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읽은 그곳이 멀지 않다 시집이지만 이 시집만의 장점은 그런 고요함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따스함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감정을 글자 속에서 끌어내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무척 뛰어난 한 권의 시들이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매우 만족하며 읽을 수 있는 시집이었고 나희덕 시집으로서 기대치보다 더욱 좋은 느낌을 주는 한 권의 작품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시집으로서 그곳이 멀지 않다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