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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클래식

[도서] 영화관에 간 클래식

김태용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사진의 원리를 이용해 정지된 사진을 연속 촬영하여 피사체가 움직이 듯이 보여주는 매체이자 제작과정에서 문학, 건축, 음악, 미술 등 여러 예술장르가 통합된다. 명작으로 꼽는 영화는 스토리 라인이 단단할 뿐만아니라 배우들의 열연이 기본이다. 아름다운 미장센, 치밀한 연출도 필요하다. 여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한 가지. 바로 영화음악도 필수적이다. 러닝타임 내내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흑백 무성영화 시대를 떠올려 보라. 주인공들의 애절한 이별, 다수를 위한 거룩한 희생, 긴장감을 조성하는 클라이맥스에 걸맞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얼마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까?

 

  [영화관에 간 클래식]을 집필한 김 태용 작가는 서양 음악사 저술가이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이다. 클래식의 식견이 출중하다. 저자는 영화 한 편을 여러 번 관람하다가 어느 날 문득 그간 들리지 않았던 클래식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은 다른 영화들에서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니터링한 것에서 시작된 셈이다. [영화관에 간 클래식]에서는 저자가 즐겨 시청했던 22편의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이미 밝힌 집필 의도처럼 영화에 삽입된 클래식 작품을 일러준다. 서번트 증후군 장애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다룬  '그것만이 내 세상'을 예로 들자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  쇼팽의 <녹턴 2번 Eb장조, Op.902>,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Op.11> 등이 쓰였음을 알려준다. 영화 한 작품 중 어느 장면에서 어떤 음악들이 소개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DVD, 블루레이와 같은 콘텐츠나 VoD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유용할 만하다. 처음부터 진득하게 클래식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거나 해당 장면 위주로 감상할 수도 있겠다.

 

  둘째, 영화 음악으로 쓰인 클래식 작품을 설명한다. 작품의 배경, 작곡가와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클래식을 전공한 저자의 내공이 볼 만하다. 베토벤 교향곡이 익숙하다 여겼다. '킹스 스피치'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92 - 2악장>을 설명한다. 문득 교향곡 7번, 내가 들어봤던가? 헷갈렸다. 서둘러 유튜브에서 2악장을 들은 다음에야 얼마나 유명한 곡인지 깨닫게 된다. 7번 교향곡은 오스트리아 - 프랑스 전쟁 동안 작곡되었다. 저자는 전쟁으로 인해 후원이 끊기고 연인 테레제 말파티와 헤어지는 어려움속에서도 전쟁과 실연을 이겨내려는 베토벤의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해설한다. 7번 교향곡이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을 언급한다.  이 중 '맨 프롬 어스'가 김수현, 전지현이 열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셋째, 깨알같은 클래식 상식과 용어들을 알려준다. 서곡은 오페라 도입부의 단악장으로 구성된 독립적 기악음악이다. 흔히 오버츄어라고 한다. 서곡은 빠르게 - 느리게 - 빠르게로 전개되는 이탈리아식과 느리게 - 빠르게가 두 번 반복된 후 마무리되는 프랑스식이 있다. 이탈리아식 서곡을 신포니아라고 한다. 신포니아가 발전한 것이 바로 교향곡(심포니)임을 자연스레 귀띔해준다. '언터처블 : 1%의 우정'에서는 17~18세기 고급음악과 저급음악을 다룬다. 당시에는 왕, 귀족 등 상류층들이 장 밥티스트 륄리의 발레 음악과 같은 프랑스 음악을 고급음악으로 로 들었다고 한다. 서민들이 즐겨듣는 저급음악은 텔레만과 같은 바로크 음악이었다. 그는 3천곡을 작곡할 정도로 바로크 음악의 대중화를 앞장섰다고 한다. 오늘날 바로크 음악이 클래식 역사에서 갖는 의의를 이해하면 자연스레 실소하게 된다. 시대에 따라 예술사적 가치가 달리지니 말이다.

 

  22편에 어우러져 소개된 클래식 음악을 읽어가면서 개인적으로 미쳐 몰랐거나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첫째, 마리아 칼라스,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오페라 가수이다. '보헤미안 랩소디'편에서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를 마리아 칼라스에 비견되는 최고의 디바라고 비유한다. 그녀의 폭발적인 고음과 풍요로운 성량이 무척 궁금하다. 폭발적인 고음이라고 하는 걸 봐서는 미국 소프라노의 대모 레온타인 프라이스와 비슷한 성량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레온타인 프라이스의 전성기 시절, 그녀의 성량을 제대로 담아낼 레코딩 기술이 없어 현재 남아있는 LP로는 그녀의 잠재력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다.

 

  둘째,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 중 애잔한 선율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있다. 원제는 <바가텔  25번, WoO 59>이다. 이 작품이 가슴 저미도록 슬픈 이유가 있다. 베토벤의 청혼을 그의 연인 테레제 말파티가 거절한 것이다. 프로포즈를 거부당한 후에 작곡한 것이 바로 이 곡이다. 실연당한 아픔을 달래려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셋째, 클래식에 대한 깊이가 짧지만 현대 클래식은 더욱 문외한이다. '엑소시스트'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클래식 작품은 현대 클래식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첼로 협주곡 1번 1972>이다. 이 곡은 첼로가 낼 수 있는 가장 불편한 소리를 구현했다고 평가된다. 구마의식을 다룬 방화 '검은 사제들'에서 바흐 노래가 퇴마 음악으로 등장한다. 바흐의 <칸타타 BMV 140>의 첫번째 곡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어'이다. 이 노래 제목을 듣자 마자 떠오른 소설 작품이 있다. 이 우혁 작가의 <퇴마록>이다. 퇴마록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국내편 1에서 동명의 제목을 단 에피소드가 있다. 

 

  넷째, 2001년 나를 홈씨어터 세계로 인도한 영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이다. 6.1채널에서 쏟아지는 게르만족과의 전투는 홈씨어터의 레퍼런스였다. 당시 홈씨어터로 감상해야 하는 DVD 레퍼런스 타이틀 3종이 있었다. 바로 '글래디에이터', '라이언일병 구하기', '이글스 : 헬 프리즈 오버'이다. '글래디에이터'의 게르만족과의 전투씬에서 등장하는 <The Battle> OST를 한스 짐머가 작곡했다. 그러나 이 곡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Op.32>의 첫 번째 곡 화성, 전쟁의 전령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한다. 홀스트의 행성은 교향적 모듬곡이다. 교향적 모음곡이란 교향곡의 독립된 3, 4악장이 아닌 여러 악장으로 나뉘지만 악장마다 별다른 구조적 특징이 없이 자유로이 쓰여진 형식을 말한다. 한편, '슈렉'에서 등장하는 <죽음의 무도>는 교항시이다. 교향시란 다악장의 교향곡과 달리 단악장으로 구성되었고 문학작품을 음악에 결합한 장르를 뜻한다.

 

  보통 클래식 매니아라고 하면 집에서 자주 클래식 음원을 감상하고 직접 공연장을 찾는 이들을 일컫는다. 나 역시 클래식을 듣는 것에 만족하고 공연을 봐도 음악에 집중할 뿐이었다. 저자는 클래식을 듣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고 읽으라고 추천한다. 공연장에서 음악듣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실황장면 하나 하나를 눈으로 담으라고 조언한다. 지휘자가 해석하고 강조하는 연출(지휘)하에 연주자와 악기들이 언제 어떻게 연주하는지 꼼꼼하게 봐야만 작품을 이해하는데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악보나 작품집을 구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악보를 읽어 볼 것을 강권한다.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악보를 읽으면서 음악의 흐름을 듣는다면 작곡가들의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 전공이 아니어서 악보를 함께 본다는 착상을 해 본 적조차 없다. 저자의 추천대로 오페라 아리아 중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가에타노 도니체니의 <사랑의 묘약> 2막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악보를 구해서 파바로티의 노래를 감상해 볼 계획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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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저도 읽은 책이라 노누사님의 리뷰가 반갑네요. 저는 아직 클래식 입문자 수준이라 클래식 음악을 귀로 듣는 수준이고 공연장도 제대로 가보지를 못해서 악보나 작품집을 구해서 음악 듣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 같아요. 이 책은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알려줘서 제게 친근하게 다가 왔습니다. 책 속 영화 중 보고 싶은 영화도 생겨서 조만간 볼 생각이구요.
    노누사님~ 얼마 안 남은 2019년 뜻깊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2019.12.22 18: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노누사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몇 개월전에 예매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말 아침 당일 매진되지 않은 공연 티켓을 할인받아 번개로 다녀와도 괜찮은 무대를 꽤 많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무게에 공연장 가는 걸 너무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되요. 와인을 마구 따서 마시듯 클래식도 마음가는대로 듣고 공연가다 보면 하나씩 관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추억책방님이 그간 들으셨던 클래식만으로도 이미 입문자 경지는 넘으셨을 거에요. 새해에는 가족들과 공연장에 나들이 삼아 다니시기를 기대합니다.

      2019.12.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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