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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도서] 미움받는 식물들

존 카디너 저/강유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30년 동안 잡초를 연구해 온 존 카디너 박사가 들려 주는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잡초에 관한 이야기, 잡초를 만든 인간의 흑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미움받는 식물들’이다.
이 책은 잡초란 인간의 신념, 태도, 행동의 깊숙한 개입에 의한 탄생이라 말하며 그런 인류의 삶에 끼어든 여덟 잡초에 대한 길고 복잡한 탐구로 미래의 선택에 관한 질문과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베란다 가드닝으로 많은 식물을 반경 1m 안에 들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잡초와 벌레와의 대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의 선택에 관한 착오없는 빠른 판단과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갖고 있던 환경 문제에 관한 나의 철학이 이미 견고히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생각한다.
그것은 잡초와 해충을 오해하고 착각하지 않으려는 신중함과 화학적 거세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 다분히 수용하고 또한 견디며 함께 하겠다는 포용의 자세이다.
그런 나에게 이 미움받는 식물이라는 책이 택한 포지션(이제는 인류가 자연과 환경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필연적으로 맞서야할 때라는 것을 친절하고도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와 나의 가치관이 존 카디너의 가치관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반가움을 선사하며 독서 내내 끊이지 않는 흥미와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다소 어려운 생물학적 지식, 제초제의 원리와 과학적 근거, 인간의 경제 원리에 얽힌 탐욕에 관한 이해를 지나 우리가 직면했던 코비드 팬데믹과 식물에 관한 정서적인 선호에 관한 지점까지 다다르게 되니 섬뜩하면서도 동시대를 소비하고 있는 나 또한 잡초의 탄생에 기여하고 있는 흔한 인간 중 하나라는 자책감이 글 읽는 내내 따라 다녀 마음을 거듭 무겁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지금 유행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식물들은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계속적인 생물학적 카드의 뒤섞임을 반복하게 만들며 그에 따른 무분별한 공유가 농사에 유해한 종을 새로운 지역에 유입시킬 잠재성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또 다른 잡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느꼈던 유행 식물을 소비하고 있다는 윤리적인 죄책감은 당장 가드닝을 집어치워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연에 교란을 일으키는 것은 인간이다.
작물을 심고 돌보고 수확하기 위한 인간의 모든 접근법은 자연환경에 교란을 일으킨다.
이 교란의 한 가운데에서 인간은 공간을 잠식하고 자연에 훼방을 놓으며 잡초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인간과 잡초는 역사적, 진화적으로 뒤엉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거듭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더 강한 유전자의 잡초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한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바로 인간이 된 셈이다.

사람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잡초를 이기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큰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환경을 파괴했으며 인류의 건강이 위협받는 시간을 발 끝에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다.
아무리 농업이 발달하고 기술이 정교해진다 해도 인간은 잡초를 이길 수 없고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이제 우리 인간은 잡초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 통제하고야 말겠다는 집착과 노력을 내려놓고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의 식량생산을 해야만 할 때인 것이다.

사람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자연에 대한 겸손의 자세,
자연과 함께하는 공존의 실천,
무엇보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무관심하지 말기를…




“민들레가 있어야 할 올바른 자리는 인간의 의식 속 어딘가인 듯하다. “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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