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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판타지물.

 

영화 제목에 ‘몬스터’가 들어가 있긴 했지만, 그게 실제로 화면에 나타날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정말로 나무 괴물이 등장해서 주인공 코너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렇다. 괴물이지만 막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소년과 대화를 시도하는 괴물이다. 덩치가 크니 움직일 때마다 뭔가 부서져 나가긴 하지만, 대화가 끝나면 다시 원상복귀 되는 것으로 보아 현실 세계의 괴물이 아니라는 걸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 코너는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이다. 그런데 그 어머니마저 큰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학교에서는 왜소한 체구의 코너를 괴롭히는 패거리들이 있다. 여기에 코너를 자신에 집에서 생활하게 하려는 엄격한 외할머니까지.

 

앞서 말한 괴물이 결국 소년의 상상 속 판타지였다면, 그건 그에게 영향을 끼친 무엇이 형상화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과연 괴물의 정체는 과연 뭐였을까. 물론 영화 말미에 그 정체는 어느 정도 드러난다.

 


 

 

괴물이 소개하는 이야기.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면, 나무 괴물은 소년을 만나러 온다. 그리고 소년에게 자신과 관련이 있는 옛날이야기를 네 편(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들려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내용이 평범하지 않다. 마녀 여왕을 물리친 왕자의 이야기에서 정말로 나쁜 캐릭터는 마녀가 아니었고, 젊은 목사와 의심쩍은 약제사 이야기에서 문제는 목사에게 있었다.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면 누가 옳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짐작할 수 있다시피 결국 이 이야기는 소년, 즉 코너의 이야기다. 앞서 그의 앞에 나타난 이 괴물이 그를 둘러싼 괴물들 중 누구를 형상화한 것일까를 물었었다. 십대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불치병)를 겪느라 안 그래도 힘이 든 그에게 그 모든 것이 버겁기만 했을 것이고, 모두 충분히 괴물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단순한 결말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 괴물은 반복해서 ‘진실’을 말하라고 오히려 코너에게 요구했고, 결국 코너가 그 진실을 입 밖에 내버렸을 때 비로소 흩어졌던 퍼즐들이 맞춰지면서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사실 그 진실이라는 것도 실은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 충분히 해볼만한(사실은 그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생각이었으니, 코너를 괴롭혔던 것은 주변 환경도 환경이지만 본인 자신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들의 근원이, 우리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그걸 솔직하게 말해버리고,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게 그걸 치유하는 지름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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