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고전 중 하나인 “고백록”의 요약본이다. 책의 기획에 따르면 청소년들을 위해 말을 쉽게 풀고, 내용을 축약해 놓은 듯하다. 시리즈의 제목은 “청소년 철학창고”인데, 기초적인 철학서 읽기를 위한 시리즈로 보인다.
청소년들에게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다만 그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라면 적절할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고백록”이라는 책 자체가 꽤 깊은 수준의 기독교적 사유가 담겨 있는지라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싶은 우려에서다.
또 어디까지나 “철학 서적”으로 이 책을 편집하고 소개하려는 번역자와 기획자들의 생각은 오히려 이 책의 본질을 조금은 왜곡시키는 느낌도 주는 듯하다. 예컨대 이 책을 풀어쓴 정은주는 “고백록을 찬찬히 읽다 보면 종교는 여럿이어도 진리는 하나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거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기 안의 영원한 빛을 찾야아 한다”는 말을 내 안의 부처를 발견하라는 불교의 주장과 들어맞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적어도 철학에서는 종교의 색을 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고백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자신의 성장기를 회고하면서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앞부분과 기독교 신학자로서 창조주와 피조물 인간 사이의 바른 관계를 설명하는 후반부가 그것.
전반부는 일반적인 간증의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젊은 시절 특히 성적 유혹에 취약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연녀와 함께 동거생활을 시작하며 자식까지 낳았다. 물론 이런 행동은 이민족들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었던 서로마 말기 당대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있는 관행이었지만, 되돌아보면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이 점이 늘 마음 한 쪽의 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야기는 방탕한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회심한 이야기가 아니다. 수사학 교사로 성공을 하고자 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세상의 근원과 같은 철학적 진리를 탐구했고,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한 끝에 결국 기독교에서 지적 해답을 얻었다.
책의 후반부는 확실히 조금 어렵다. 주로 창세기 1장에 해당하는 창조에 관한 논의들인데, 눈에 띄는 부분은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은 창조의 방식에 관한 특정한 견해를 절대적으로 옹호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창조주와 다른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인지능력이 가진 한계를 깊이 인정하고 있었던 아우구스티누스로서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지 않았나 싶다. 그에 비해 오히려 어쭙잖게 아는 이들이야 말로 특정한 견해를 유일한 견해인 양 맹신하지 않나 싶고.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분명 현대의 글과는 다른 느낌인지라(고전이 다 그렇지 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살짝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 글을 비종교(기독교)적 맥락에서 단순히 교양 수준으로 읽는 건 확실히 좀 아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