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은 어느덧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 특히 일의 보람, 노동의 의미에 대한 가치관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대중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놀라움과 우려를 낳은 사건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아직은 우리 삶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지는 정도지만 적어도 연산과 논리전개적인 부분에 있어서만은 우리가 인공지능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든, 인간의 사고방식과 지적 활동을 모방한 기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감수자의 글에서 딥리닝의 정의가 나오는데 좀 어렵다. “‘뉴럴 네트워크’를 다층 구조로 구성해놓은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것, 인간과 유사한 동작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의 하나.” 지난 2006년 제프리 힌튼이라는 사람이 “비지도 학습과 ‘다층 뉴럴 네트워크(딥러닝)’를 결합한 형태로 과적합 문제(기존의 편중된 데이터의 응용과 관련한 문제)를 히결하게 되면서, 딥러닝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음성 인식, 얼굴 인식, IoT기술,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서문에서 우리는 이 책의 주요 개념들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딥러닝’, ‘뉴럴 네트워크’ 등이다. 저자는 이 책이 인공지능 기득권층에 도전한 일단의 소규모 연구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딥러닝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라고 소개한다. 포괄적 역사보다 주요한 개념적 진보와 그런 진보를 이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내용의 범위를 알려준다.
이 책은 해당 분야의 중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저자가 개인적인 관점에서, 기호와 로직, 규칙에 기초한 인공지능에서 (빅데이터와 학습 알고리즘에 기초한) 딥러닝 네트워크로의 전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딥러닝의 기원과 영향력을 탐구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연구의 개시 동기와 기원 등 딥러닝 연구의 배경을, 2부에서는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미칠 가능에 대해, 3부에서는 딥러닝의 기반이라는 ‘뉴럴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어떤 학습 알고리즘에 기초하는지 설명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인공지능 혁명을 이끈 선구자들의 여정과 그들이 세상에 남긴 업적과 영향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딥러닝은 수학과 컴퓨터공학, 신경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딥러닝 네트워크는 아기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딥러닝의 기원은 인공지능을 창출하는 방법에 관한 두 가지 다른 시각이 경합을 벌이던 1950년대의 인공지능 태동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는 로직과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초한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로부터 직접 학습하는 방식에 기초한 시각이다. 컴퓨터의 역량이 커지고 빅데이터가 풍성해진 오늘날에는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고 보다 정확하고 훨씬 효율적이다.
딥러닝 기술의 발달로 운송, 번역, 청취, 진단, 투자, 법무, 포커, 바둑, 지능 강화, 인력 시장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곧 우리에게 친숙한 자율주행 자동차, 구글 번역과 같은 인터넷 자동 번역 시스템, 음성 인식 서비스 등이다. 이런 발전의 공통점으로는 비용 감소, 새로운 시장 개척, 기존의 직종을 대체하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위기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다. 저자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비용과 시간, 장소의 제약이 없는 평등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인간의 지능과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의 재탄생
인간 지능의 기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려고 애썼던 인공지능 개척자들은 인간의 뇌가 실제로 어떻게 지능적인 행동 방식을 성취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배경에는 뇌 기능의 기본 원리가 1950년대에 막 알려지고 있었다는 시대적, 기술적 한계가 있긴 했다.
주류에 속하지 않은 소수의 인공지능 연구원 그룹은 인공지능 접근 방식이 뇌의 실제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고, 그런 방법론적 토대를 나름대로 ‘뉴럴 네트워크’나 ‘연결주의’, 또는 ‘병렬분산처리’ 등으로 불렀다. 이 소그룹이 결국 로직 기반의 인공지능이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의 개척자들과 주류들은 로직 기반의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방식의 한계가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했고, 이에 반해 비주류 연구원들은 ‘실제 뇌의 작동원리’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결국 로직 기반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 및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뉴럴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개발 방식에 대한 확신의 토대는 자연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다 고도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방대해진 데이터들을 처리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뉴럴 네트워크 기술은 이상에 걸맞은 날개를 달았다.
딥러닝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소개하는 ‘퍼셉트론(perceptron)'애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알파벳 등과 같은 패턴을 분류해 범주화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습 알고리즘 네트워크다. 퍼셉트론이 패턴 인식 문제의 해결 방법을 배우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면 딥러닝의 작용 방식을 반은 이해한 셈이 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세상의 사물에 대해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이라고 한다. 이것을 실세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러시아의 수학자 블라디미르 바프닉이 ’서포트 벡터 머신‘이라는 분류기를 창안함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다. 지금도 머신러닝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퍼셉트론이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선형으로 분리 가능한 범주뿐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새로운 세대의 뉴럴 네트워크 연구원들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볼 때까지인 1980년대까지 해당분야는 방치되었다.
뉴럴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컴퓨터 방식인 퍼셉트론은 딥러닝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1980년대에 지능형 행동 방식을 모방하는 네트워크 모델의 가능성을 믿은 연구원들이 아주 극소수인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수의 연구원들이 전문 네트워크 모델을 하나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오사카대학교의 쿠니히코 후쿠시마 교수는 다층 네트워크모델 네오코그니트론을 개발했는데, 이 역시 딥러닝의 직접적인 조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네트워크 기반 모델들은 모두 하나의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다. 어떤 것도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치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이유로 규칙에 기반한 상징 처리는 지원금의 댑분을 차지하며 관련 일자리의 대부분을 창출하게 되었다.
프린스턴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저자는 비선형으로 상호 작용하는 뉴런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방정식을 작성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 뇌를 이해하는 문제에 접근한다. 그러다가 신경과학 분야를 통해 복잡성이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왕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관점이 열리는 순간이다. 후에 저자는 40년 동안 ‘연산 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창조주가 금지한 과실을 따먹고 싶어했던 아담과 하와의 심리처럼, 또 하늘 끝까지 닿는 탑을 쌓아 인간의 위엄을 보여주려 했던 바벨탑 사건을 떠올리게도 한다. 무언가를 새로 창조함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한껏 더 높이고픈 욕심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인 경향으로 봐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익을 얻을 수 있는 길도 열렸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더 발전시킬지 아니면 두뇌만 남아 가상현실을 돌아다니는 매트릭스의 세계로 나아가게 될지 그런 공상과학적인 생각을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