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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도서]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이동섭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책을 읽으면서 만듦새가 좋은 책과 별로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떠올랐다. 페이지가 표시되는 부분인데 나는 보통 바깥쪽 위나 아래에 쪽수가 표시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살짝 앞뒤로 넘겨보면서 내가 제대로 보고 있나 확인을 해보는 편인데 페이지가 안쪽에 인쇄되어 있는 책은 그만큼 더 펼쳐서 봐야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 책은 심지어 안쪽 중간에 쪽수가 인쇄되어 있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책을 편집하는 분들은 페이지 표시를 안쪽에다 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일까? 책읽기에 썩 도움이 되는 형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책처럼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들이 그런 경향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앞표지 책날개의 저자 소개란에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을 길고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혼자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이 책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 그림을 선택한 예술인문학자가 쓴 책인다. 혼자만의 충실하고 충만한 시간을 가질 줄 아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임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에 쌓이는 불안과 긴장감을 해소하는 시간을 블루 아워Blue Hour'라고 한다.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 관리하지 않으면 언젠가 구멍이 나버릴 것이다. 그런 위험을 방지하는 지혜의 시간, 블루 아워를 가지면서 인생을 연명하는 과정으로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는 성장통이다.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부딪혀야 하다. 후회는 시도한 후에 해야 의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성장을, 성숙을 기대할 수 없다. 도둑놈 심보다.

 

"나는 고독을 뜻하는 ’solitude'자기의 영혼을 가지려는 태도soul+attitude'로 받아들인다. 혼자 있어 즐거우면 고독이고 고통스러우면 외로움인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이 자기만의 방식, 혹은 탐구를 통해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정의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28쪽에서 어린이는 신적인 존재라는 프리드리히 횔덜린이라는 사람의 말이 인용되는데, 요즘 세태를 생각해보면 별로 와닿지 않는 인용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이 정말 순수한지, 순수한 욕망덩어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40쪽에서는 장국영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자 자를 풀어낸다. 네모 칸에 갇힌 나무의 답답한 심정처럼 사람의 마음이 꽉 막혀 있는, 괴로운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병들어 있음을 아는 것이 완전한 치유는 아니어도 치유의 첫 단계가 될 수 있기에, 정신의 아픔을 가벼이 보지 말자는 표현이 와닿았다. 왜냐하면 얼마전 한 정신과 정문의가 쓴 책에서 우울증을 극복하는 첫 단계가 바로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자기의 상태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기대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며 객관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조언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56쪽에는 서양 미술의 근대를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에두아르드 마네의 그림이 두 점 소개되는데, 아스파라거스를 그린 그림이다. 친밀하고 장난기 넘치는 마네의 일화와 그런 성향이 반영된 작품들은 처음 듣고 보는 것이어서 흥미로웠고 새로운 정보였다.

 

52쪽과 90쪽에는 너무 가벼운 발상이 아닌가 싶어 약간 거부감이 드는 내용이 나온다. ‘고난은 너나 가지세요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인데, 각각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어렵고 가난한 시절을 겪지 말자’, ‘우리는 피할 만큼 싫은 일조차도 즐길 수 있는 용자가 아니다. 즐길 수 없다면 재빨리 피하자의 결론들을 내고 있는데, 전자는 선택할 수 없는 사항을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결론을 내려서 상식적이지 않고, 후자는 즐긴다는 것을 하나의 단계나 경지로 볼 때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조금 비틀어서 생각하면 경험에 의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피하거나 빨리 포기하는 현명한 것이 맞다. 그런 생각의 결을 같이 하는 101쪽의 김관장님의 조언은 OK.

 

120쪽에는 몸은 늙어도 생각은 늙지 말자는 제목 하에 본인이 긍정적인 의미의 적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자존감과 열등감이 약간씩 섞인, 다시 말해 넘치는 무엇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부족한 무엇을 채우는지 그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바로 매일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의심으로 곱씹었으며, 어렵고 복잡한 사실들을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글로는 표현해내지 못하는 감정과 생각들에 절망하지 않고, 매일 서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람에게는 생각이 있고 언어가 있다. 특히 언어로 나타나는 인간의 존재방식이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속성이다. 이것을 더 훌륭하고 섬세하고 세련되고 탁월한 방식으로 다듬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분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말이나 글로 정갈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은 크게 돈이 들지 않으면서 인간을 기품이 높고 바른 존재로 성장, 성숙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새벽 145, 나의 그림 산책은 그림과 저자의 생각이 어우러져 하나의 책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림보다는 저자가 스스로 성찰하고 깨달은 인생의 원리나 교훈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전달하고 나누고픈 측면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다. 그 가운데 공감이 되는 것도 있고, 의견을 달리 하게 하는 내용들이 있고, 어중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은 깊이 있는 독서를 꿈꾸고 있지만 아직 책이 익숙하지 않는 초보 독자들에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그림, 낯선 그림, 재미있는 그림 등이 조금 더 즐거운 독서를 돕는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주제의 내용을 단순한 문장으로 풀어내어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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