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렵다. 수학 자체의 난해함도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외국어와 같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기호들과 연산 과정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나열된 문장과 같다. 일반적인 문자인 알파벳과 수로 표현되는 숫자는 눈으로 볼 때 감각의 차이가 있다. 둘 다 외국어라고 할 수 있지만 직관성에서 수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숫자보다 문자가 먼저 발명된 탓도 있으리라.
신간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상편)은 무려 50년 이상 수학을 가르친 선생이자 수학의 대중화를 위한 저술 작업에도 활발한 천융밍이란 분이 쓴 책이다. 요즘 수학에 좀 더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대중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흐름을 타고 개정된 내용으로 새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상편으로, 유리수와 무리수, 식과 방정식, 수열과 극한 등 대수 분야를 다룬다. ‘대수(代數)’의 사전적 의미는 수 대신 문자를 쓰거나 연산 등의 수학 법칙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시작해 다소 복잡해 보이는 수식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보편화된 기술인 QR코드가 있는데, 그 정보 저장방식을 설명하면서 2진법의 무한한 세계를 맛보이는 식이다. 2진법은 말 자체로는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거듭제곱의 방법으로 표시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치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수학이 본격적으로 학문으로서 연구된 때는 서기 6세기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때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피타고라스가 활약한 때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종교적인 색채를 띤 집단으로 비밀 모임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특정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그 기원이 피타고라스 학파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1은 세사의 시작, 5는 결혼수, 6은 완전수 등 이런 식으로 숫자에 감춰진 특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의식이었다. 이들의 이런 경향이 ‘무리수’를 발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가장 유명한 무리수는 원주율 파이다. 2019년 기준으로 31.4만억자리까지 찾아낸 것이 기록이라고 한다. 헤아리기는커녕 전혀 실용성 없어 보이는 자릿수 찾기가 중요한 것은 컴퓨터나 프로그램의 속도 체크 및 암호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수학이 참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미묘함이 있다.
방정식은 수포자를 만드는 가장 비중 있는 원인 중 하나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데 어느 순간 미지수 기호만 봐도 머리가 아파지는 상황이 온다. 미지수 x는 인류의 수학적 사고방식의 발전 과정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갈고 닦아 만들어진 방법이라고 한다. 방정식이 자리 잡는데도 인류의 역사를 거론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문자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리 이상한 현상은 아닌 것이다.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시리즈는 도입부와 본론 부분의 내용이 약간 훌쩍 건너뛰는 느낌은 있지만 저자가 독자로 하여금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서도 수학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수학 교육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언젠가는 큰 빛을 발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의 최전선에 있는 용사 중 하나다.
*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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