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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도서] SF, 시대정신이 되다

이동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자에 의하면, 이 책은 SF가 무엇이며, 이에 대한 핵심적인 몇 가지 주요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재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일반적인 의미에서 ‘사이언스 픽션’의 줄임말인 SF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이해의 확장과 심화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SF에는 자기반영적 질문의 특징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SF는 허구적인 요소가 주이지만, 과학적, 다시 말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측면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독특한 장르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SF와 판타지를 비교하며 SF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둘 다 새롭고 낯선 것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SF가 무엇인가? 또는 SF만의 독립적인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낼 필요가 있었다. 우선 SF와 판타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을 이 두 장르가 각각 어떻게 품고 있느냐에 있다.

 

SF 장르를 독립적인 장르 및 비평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다르코 수빈이라는 학자다. 그가 이 책에서 주요 개념으로 다루고 있는 ‘인지적 낯섦’과 ‘노붐’은 SF가 기존 장르와 구별되는 대표적 요소로 발견한 개념이다. 이 개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현실적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낯섦과 인지라는 상반된 개념, 이 둘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문학이 SF 장르라는 것이다.

 

 

 

 

‘노붐’의 효과는 총체적 변화를 이끈다. 저자가 꼽는 노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H.G. 웰즈의 「타임머신」이라는 작품이다. 시간여행과 기계라는 요소가 혼합되며 새롭고 신기한 것을 구현해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노붐이 일어난 예는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구 발명 이전까지 낮과 밤이라는 시간 틀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 전구 발명 이후 밤에도 낮에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 자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SF는 일반적인 사고방식 혹은 익숙한 개념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도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다.

 

SF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핵심적인 특징은 시간과 공간에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인식과 세계관은 큰 변화를 경험했다. 이것이 문학에서는 좀 더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확장된 것이 SF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작가가 쓴 「솔라리스」라는 작품이 가장 관심이 갔다. 행성을 둘러싼 바다가 의식이 있다는 설정의 독특한 우주적·공간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SF 장르의 시작과 활성화는 유럽에서 먼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으나, 정작 그 전성기가 미국에서 꽃필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쩌면 미국이 지금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SF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태생적으로 심오한 철학을 품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오락성과 꿈과 희망의 측면에서 대중성을 얻어 확장되었던 SF의 세계가, 전쟁과 세계화를 거치면서 현실의 문제를 논리적 상상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외삽’의 기법을 통해 진단하거나 비판하고, 나아가 우리가 완전히 의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절대성이라는 것이 과학의 영역에서조차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오늘날, SF의 역할은 존재의 기반마저 흔들리게 하는 미지의 세계, 공간, 철학적 영역을 안정적으로 개척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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