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때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결... 그 시절 초등학생이었던 나와 친구들에게도 엄청난 농구열풍을 일으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농구부가 없던 학교라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농구부가 생긴다는 헛소문에 가슴 설레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일까지 있었다. 그때 딱 한 번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짜서 농구대회를 열자는 얘기가 있었고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농구대회를 경험하게 되는데... 여학생들로 구성된 팀까지 참가했던, 아무튼 어떻게 대회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신기했다. 우리 팀은 당시 가장 싸움도 잘 하고 운동도 잘하던 애들로 구성된 팀과 1회전을 치르게 되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전반전에 먼저 선취골을 내줬지만 우리는 곧바로 따라잡았다. 전반 초반 스코어 2-2...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로 전반은 끝이 났고 점수는 32 - 2 였다. 물론 우리 팀이 2점이었다. 희안하게도 후반 시작하기 전까지 난 우리 팀이 박빙의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고 심지어 역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반 초반 우리 팀은 선취 득점을 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결과는 54 - 4. 믿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우리들이 게임을 하기나 한 건지,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뭔가 잘못된 거야...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 성격을 띤 시합은 막이 내렸고 이후 가벼운 운동 이상의 농구 시합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군대에서 특이하게 농구를 열심히 했던 부대에 있었기 때문에 소대별 농구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긴 했는데 그건 별로 기억이 안 난다...;;
물론 싸움을 잘 하는 애들로 구성된 상대라 두려움을 느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우리들이 잘 못한 거였다. 그래도 참... 한 번씩 어처구니 없는 점수 32-2, 54-4와 함께 그 시합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있었던 일인가 싶다가도 기가 막혀하곤 한다. 하지만 난 그 시합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고 믿고 있다. 우리 팀의 모든 득점을 나 혼자서 해냈으니까, 후훗.
이벤트 당첨 욕심에 억지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끄집어내다 겨우겨우 이 추억이 떠올랐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그립기도 한 그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