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문단 아이돌론

[도서] 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저/나일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나라의 1990년에서 2000년 초중반 사이의 문화적 배경에서, 문학을 중심으로 한 문단에 깊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라는 범위를 적용하여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의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정말 문화에 대해 황폐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는 저 같은 사람조차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작품에 끌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시 광고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을 좋아하세요?' 라는 카피를 내세운 통신사?? 광고도 기억이 나고 하루키 이후의 소설의 경향이나 젊은 세대의 그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척하는, 시크함으로 위장한 자기애와 탐욕이 불길 번지듯 유행하던 사회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잔상들이 온통 널부려져 있죠.


정작 작가의 생활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질서적이었던 반면에 그 작품이나 인상에만 경도된 젊은 세대는 자기의 욕망에 호응하는 이미지만 복사해서 흉내내는 그런 사회상...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겉멋든 저질 청춘과 아류 문화를 많이 양산한, 그런 하루키의 대중영향력을 기억합니다. 저만의 삐뚤어진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주의, 개인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세상이라면서 오히려 한 사람이나 특정 그룹에 열광하고 영향을 받는 일은 더욱 비일비재한 오늘날의 현실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진정한 개인주의 따위는 없는 것처럼 보이죠. 오히려 사라지고 박멸되어야 할 대상이 오늘날의 아이돌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이토 미나코는 80~90년대에 걸쳐 일본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문단의 아이돌(많이 팔고 많이 회자된)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당시의 사회상, 문화적 배경, 인류학적인 시각, 페미니즘의 시각 등등을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의 역량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의 버블경제, 극단적인 호황과 불황, 전후 고도경제성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개인들의 가치관, 의식 변화 등이 절묘한 결합을 이루어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다치바나 다카시 등을 만들어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감춰졌던 대중의 욕망을 들춰내거나, 새로운 오락거리, 이야깃거리, 가치관을 제공함으로서 시대와 시대가 연결되는 어느 지점에서의 공백을 메꾸는 그런 역할의 의미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핵심은 그들의 생산물이 잘 팔렸다는 것이겠죠. 잘 팔렸기 때문에 이야기가 되고, 논란거리가 되고,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것 아니겠습니까? 꼭 하루키나, 다나카 야스오나 다와라 마치, 바나나, 지즈코가 아니라 하더라도..


전 이 책에서 다뤄진 작가들의 참신함이나 문학적 재능, 기교, 열정, 치밀함, 판매력? - 이런 것들은 배울 만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아이돌로서의 존재 가치는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에게 이로운 영향을 주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특출난 개인이란 것은 항상 어떤 사람에게는 욕망을 충족시켜줄지 모르나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비교하는 데서 오는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맛보게 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봐주기가 힘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역시 우상의 시대가 저물어야 인간은 진정으로 실존적일 수가 있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스스로에게 아이돌로서 존재해야지, 어떤 다른 대상을 아이돌로 섬긴다는 것은 얼마나 노예적이고, 비굴하고 비참한 모습인가요? 인간에 대한 존중, 사랑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이것을 자기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저멀리 날아가고, 이 사람은 이래서 유명해졌다, 이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 현상에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다.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또 이렇게 저렇게 반응한다... 끝도 없는 감정적 소모, 소비만 부추긴다고 여겨지지는 않는지요?


비단 문단이라는 영역 뿐만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고민은 삶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계속 하며 읽었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바라보며 거기에 매여버리지만, 저자 사이토 미나코는 운 좋게도 그것으로 먹고 살고 있으니 참 부럽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