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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도서] 안도현의 발견

안도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르's Review

 

 

 

 안도현이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의 시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무늬만 독자인 나로서는 그의 이 책을 읽는 것이 송구스럽게 다가올 뿐이었다. 절필 선언 후에 처음으로 그가 세상에 내 놓은 이야기라는 것도 이 책의 소개글을 통해 알았고 시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가 읊조려 들려주던 무수한 언어들을 외면했던 것은 물론 시를 마주하지 않아도 내 삶에 또 다른 문제 따위는 없다고만 생각해왔었다. 이 안일함이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는 것은 물론 내 안에 있던 동심마저도 좀먹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들 중에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늘 거닐던 길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면 발견하는 낯선 간판들을 보며 분명 어제도 저기 있었을 테지만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생경함과 오묘한 감정들이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새로운 것도 새로운 것이지만 그보다도 따스함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제대로 보아야만 보이는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펼치는 어디서나 나를 반기고 있다.

 아이들이 소와 새와 물고기와 게를 껴안고 노는 그림들 말이다. 그 그림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저절로 무장해제되곤 했지. 그림으로 보던 천진난만의 해방구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감동할 수밖에. 아이들이 내게 손짓을 보내왔다. 나무 위로 한번 올라와보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나무에 오를 시기를 놓쳐버린 다 큰 어른일 뿐이었다. –본문

얼마나 많은 것들 앞에서 지금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눈 앞의 있는 기회들을 보내어 버렸던가. 어찌 보면 지금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지금은 안돼, 라며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기에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되어버려 눈 앞에서 그를 바라만 보고 있던 그와 같이, 나 역시도 지난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서글프게 느껴진다.

표준이 언제나 표준화되지 못한 것들을 객체화시킨다는 게 문제다. 표준어 시행 규칙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을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도 누룽지’, 여기에 물을 붓고 끓여도 누룽지라 한다. 전라도에서는 눌은밥을 깜밥’, 물에 끓인 걸 누룽지로 구별해서 부른다. 방언으로 치부하는 언어가 더욱 세밀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표준어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본문

 편리함 혹은 효율성을 위해서 이른바 우리가 추구하는 표준화의 아이러니함을 꼬집어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직도 평수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몇 평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귀에 잘 들어오는 나로서도 표준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기준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각종 벌레들을 피해 들어선 모기장 안의 그가 벌레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는 한 인간인 것처럼 이 표준화 역시 표준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눈에 보기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어느 하나의 주제로만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의 모습에서부터 연애사까지, 각종 나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식도락에 관한 이야기들, 시를 읽지 않더라고 냄비받침으로라도 써달라는 그의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보며 매 페이지마다 잔잔한 잔상들을 전해주고 있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연어>(문학동네)라는 책에 쓴 문장이다. 비록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지금 여기세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래서 아름답다. 차밍걸은 경마장에서 101번 우승한 말들의 훌륭한 배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차밍걸은 경주마가 아닌 경기용 승용마로 계속 도전 중이다. –본문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라 이야기는 그의 마음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저 한 번 보고서는 흘러 보냈던 것이 대부분인 것들을 그의 펜 아래서는 또 다른 생명을 안고서 그려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왜 나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과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그가 남긴 시들도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그의 관찰력이 함축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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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김상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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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olakr

    축하드립니다. 문화산책 451호에서 이 주의 예스블로그로 뽑히셨어요. ^^

    2014.11.26 05:35 댓글쓰기
    • 미라클

      오오, 비올라님 : )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한번 뵈야하는데..매번 말뿐이네요 제가ㅠㅡㅠ

      2014.12.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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