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의 그릇이란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다룬 책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길 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닌 일부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방법을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다고 내가 그렇게 될까, 라는 심드렁한 생각으로 책을 넘기던 와중에 이 책은 단순히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이 아닌 한 남자의 실패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삶의 모습을 소설의 형태로 하여 전해주고 있었기에 제목을 보고서는 주춤했던 마음이 금새 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한 남자는 유년 시절 한때는 라이벌이었던 동창의 제안으로 인해서 주먹밥집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모하게 된다. 초반의 계획은 각자 5천만원씩의 종자돈을 마련하여 시작한 이 사업은 하야마가 만든 비장의 레시피 덕분에 승승장구하게 되고 그렇게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2호점, 3~4호점까지의 매장을 새로 오픈하게 되었고 그는 그야말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때문’이야. -본문
하지만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곳은 어느 한적한 도심 속의 공간이었으며 밀크티를 마실 돈이 부족하며 주머니 속의 잔돈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까지 추락하게 된다.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고 싶지만 그럴 돈이 부족해 그저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앞에 어느 샌가 나타나 한 노인이 그에게 100원을 건네주며 그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120원으로 이 돈을 갚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어 보게 된다.
은행원으로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더 큰 돈을 가지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주먹밥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서 점차 실현되어 가고 있다. 방송에 한번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게는 입 소문이 나며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먹밥을 찾게 되면서 매월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뒤이어 확장한 2호점까지도 성공의 가도를 달리게 되면서 그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돈을 긁어 모았던 그는 여기서 이 성공 가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3, 4호점을 동시에 오픈함으로서더 큰 기회를 잡으려 했으나 그렇게 가게를 확장해 나가면 나갈수록 조금씩 삐걱거리는 문제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지만 그는 그 문제들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서는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매출이 고정되어 있던 것들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한번 하락의 기운에 편승한 가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흑자의 폭이 아닌 더 빠르게 적자의 코스로 진입하게 된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으나 성과는 나지 않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동업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버림 받게 되며 모든 빚을 떠 안고서 종종거리는 현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것이었다면 노인은 그에게 돈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깃드는 행운이 그에게는 조금 빗겨 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가 실패라고 낙담하고 있는 현실이 실제로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전해주고 있다.
“자네는 언제까지 돈에 지배당할 셈인가?”
“하지만 이제 와 무슨 낯짝으로 만나겠습니까? 돈도 주지 않는 아빠가 무슨…..”
“자네는 진짜 바보가 될 셈인가?”
이번에는 노인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본문
돈의 노예가 되어버려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나타난 조커의 등장은 행운의 아이콘으로 무마시키며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해피엔딩이라고 전해주고 있지만은 않은 터라, 더욱 이 안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잔잔히 퍼지게 되는 것 같다.
필수불가결한 돈의 의미를 바라보며 그 동안은 많은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돈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한번씩 다시 읽어 봄직한 이야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