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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를 너에게

[도서] 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저/히로세 겐 그림/김난주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하루 종일 활자에 둘러싸여 있다보면, 허상의 활자가 아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책의 위로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오늘이 딱 그랬다. 진전 없이 자료 조사만 사흘째, 이럴 줄 알았으면 학생 때 책상 앞에서 수업이라도 열심히 들어 놓을 걸 싶다가도, 그래도 자료 조사할 때가 좋은 게 아니냐, 쓰기 시작하면 자괴감과 막막함에 숨을 쉴 수 없게 될 걸 생각하면 물러설 길이 없다. 지금 주문해둔 마음 공급용 동화책이 도착하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집어 든 책이 바로 사노 요코 작가의 「나의 새를 너에게」였다. 신작이라니, 사노 요코 산문집 뭐라고 시리즈 이후 오랜만이다. 오래전이라 이 작가가 어떤 작가의 글이 어떻게 남았는지, 기록으로 밖에 남지 않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거 보니 그때도 마음 공급용으로 잘 썼나 보다.

짧은 그림 동화 책인 「나의 새를 너에게」는 이마에 우표가 붙은 자그만 사내아이로부터 시작된다. 사내아이를 받은 의사는 새로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표를 훔치고, 그 우표는 의사의 아내, 도둑, 가난한 소년, 하숙집 아주머니, 하숙집 남편, 뱃사람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고 거쳐 한 가정집에 소중하게 보관된다. 우표는 그 우표를 소유한 사람의 사고에 따라 귀중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흔해빠진 물건으로 취급되지만, 모두들 우표에 그려진 새와 정체불명의 언어에 매료된다. 그리고 한 여자가 그 우표의 소유자가 된다. 우표는 그렇게 너와 나를 잇고, 하나는 둘이 된다.


줄거리만 늘어놓으니 어딘가 흔해빠진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사람과 사람 손에서 전달되는 우표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쑥 내 이마에도 우표가 붙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 우표는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내 우표를 훔친 첫 번째 사람은 사내아이처럼 의사일까, 아니면 부모님일까, 그도 아니면 실수로 떨어져 엄마 자궁 속을 헤매고 있을까. 내가 그 누구도 깊이 사랑하지 않고, 엄마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건, 그 이유 때문인가. 엄마가 내 우표를 품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이 살짝 가미된 그림책은 나를 데리고 어디로든 떠난다.


일상에 지쳐 잠시 마음을 보충해야 한다면, 이런 엉뚱한 상상이 허용되는 사노 요코의 신비한 글 속에 시간을 나눠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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