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경제가 쉽다 그러고, 또 누군가는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의 쉽고 어려움을 결정하는 건, 경제라는 학문이 가지는 필연적인 약점일 뿐이다. 수식과 글로만 경제를 배우면 경제만큼 쉬운 게 없다고 말할 것이고, 그 안에 사람을 넣으면 경제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 알아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공평하지 않다는 거. 그렇지만 사는 동안에는 함께 사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기들이 무언가를 갖는 과정에서 최소한 낙오자는 만들지 말아야죠. 그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의 의무이고 책임이에요.
드라마 <머니게임> 이혜준 대사 中
나는 책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을 읽으면서 드라마 <머니게임>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드라마 후반에 나온 이혜준의 대사를 떠올렸다. 드라마 속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다. 서민이라고 묶이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 그 안에서 이혜준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IMF로 가족을 잃었고, 가난한 집 안에서 어렵게 공부해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이제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게 됐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인물이다. 드라마 속 선택이 서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경제가 어떻게 사람을 배제하고 살아왔는지 잘 아는 사람. 그런 인물이 했던 말이기에 이 책의 리뷰를 쓸 때, 이 대사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제를 다룬 인문 교양서를 읽다 보면, 쏟아지는 낯선 용어에 휩쓸려, 저도 모르게 사람을 지우는 오류를 범하게 되니까.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첫걸음은 모든 일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를 '양면의 얼굴 보기', 또는 '무대의 뒷면 보기'라고 이름 붙입니다. 보통 미디어는 한 면만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대가 中
필자의 말처럼 경제는 무 자르듯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설득과 의심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주로 자유 경제에 대해 다룬다면, 2장과 3장은 경계가 모호하다. 특히 2장은 자유경제의 논리로 당연해 보이는 불공평한 일을 언급하고, 그 일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는다.
그렇다면 남녀 임금격차는 여성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고 판단합니다. 아이와 부모를 돌보는 일을 여성 책임으로 떠넘기는 가정과 사회의 문화에 차별이 존재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여성이 유연한 업무 시간을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아요.
노동은 정당하게 평가받고 있을까
경제학 교과서는 외부효과를 중요성에 비해 너무 가볍게 다룹니다. 이웃과 사회가 함께 지불한 고통스러운 사례를 최대한 많이 담아야 합니다.
기업은 왜 비용과 책임을 떠넘길까?
특히 남자와 여자의 임금 차이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 발전 정책과 관련된 환경 문제를 읽는데, 앞서 경제적인 논리를 들이밀 때는 이해를 하면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모난 마음을 누르기가 어려웠지만, 근본적인 문제, 그리고 필자가 사회적인 위치에서 현재 경제학 교과서에 부족한 지점을 집어주는 게 좋았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불공정한 결과를 처벌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불공정을 향한 복수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기심을 이깁니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무책임한 기업을 만들까
갑질을 거부하는 것은 바로 외부 대안이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떠날 자유가 있어요.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갑질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을은 갑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갑질을 막을 수 있을까
관련 도서를 읽고 리뷰를 남길 때마다 느끼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정치와 경제는 늘 다루기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 잘 알지 못하기에,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접근조차 할 수 없고, 막상 그런 전문 지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게 된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일에 통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를 계기로 다음에 읽게 될 경제 관련 서적은 조금 더 술술 읽혀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