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는 누구도 컴퓨터로 IBM이라는 기업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년 후 1990년대에 독보적 지위는 Microsoft의 차지가 되었다. 다시 20여년이 지났고 지금도 기업용 및 개인용 PC의 OS 및 주요 소프트웨어는 Microsoft가 여전히 과점하고 있지만, 아무도 Microsoft가 IT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를 가진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mazon, Apple, Google 등의 시가총액은 수시로 Microsoft를 넘어 자기들끼리 경쟁한다. 현재 이야기가 아닌, 미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를 논할 때 전문가들을 포함 Microsoft를 떠올리는 사람은 이제 극히 소수다.
이 책은 튼튼한 해자를 갖춘 Platform 제국을 건설, 비스니스 영역은 물론 사회 전반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Amazon, Apple, Google, Facebook 등 4개의 거대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기업의 무섭도록 거친 성장과 위세에 경탄할 뿐 아니라, 이들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며 삶의 방식을 제 멋대로 바꾸어 가는 것에 대한 경계심 및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바꾸는 세상 안에서 많은 이들은 직장을 잃어버리기도 하고(Amazon의 경우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해마다 약 7만명의 소매유통업 종사자를 해고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스스로의 인생의 목표를 바꾸기도 하고(Google은 YouTube를 통해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으며, 이들의 영향력은 다시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바꾸어가고 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세뇌 당하거나 조종당한다(Apple은 한낮 IT기기를 세기적 명품으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광신도로 만들었으며, Google과 Facebook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꾸준히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바꾸어가는 세상 안에서 적응하고, 영역을 확장하고, 마침내는 승자가 될 준비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것처럼, 이 문명적(?) 변화를 잘 활용하면 태평성대에는 이루기 어려운 몇 계단을 뛰어넘는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 이 책의 후반부는 그렇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조직과 개인(개인의 경우 젊은이를 주 대상으로 조언하고 있으며 훨씬 구체적이고 처절하다)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금융업에서는 현재의 ‘소비자 자산(Consumer Equity)’ 못지 않게 현재 직원과 미래의 잠재 직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소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 상당히 중요하다. 소비자 자산이 현재의 회사 규모와 수익성을 유지시키는 원천이라면, 브랜드 자산은 성장 및 신규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에 로열티(Loyalty)라는 말은 좀 진부하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현재 조직의 직무, 규모 및 당장의 금전적 보상 때문만은 아니다. 구미가 당기는 도전과제와 이에 따른 비전의 제공 역시 중요하다. 도전과 비전이라는 동기부여(Motivation)는 ‘빛만 좋은 개살구’와 ‘진짜’를 구분하는데도 매우 유용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직이건 개인이건 승자가 되고 싶다면 치열한 경쟁심이 필요하다. 경쟁 현장으로 스스로를 내 몰고 그 안에서 철저히 깨어지고 부서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세상의 변화를 앞지르는 속도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세상의 변화를 앞지르지 못하는 속도의 성과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그저 가만히 있는 이들보다 약간 천천히 뒤쳐질 뿐이다). 창의력은 그 다음이다.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앞서나간다는 부분의 위험의 오히려 과소평가되어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네 개의 거대기업은 모두 창의력이 남달랐던 해당 분야의 개척자, 선구자가 아니다. 그들은 후발 주자임에도 선구자들이 저지른 여러 실수를 교훈 삼아 그들의 (지적/물적) 자산을 사들였고 그들의 고객을 흡수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누구보다도 잘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충분히 앞선 후엔 해자를 파 후발주자의 발목을 잡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리더는 스스로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비록 최상의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심에 기반해 최선을 다하게 되면, 우선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신뢰감을 주게 된다. 누군가 주변에 (특히 위에) 믿을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최선의 결과가 비록 원하는 바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절대적, 또는 상대적으로 스스로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진심으로 깨닫게 해 준다. 결과가 좋으면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운이 남다르다고 여기고, 결과가 나쁘면 부하직원의 무능을 탓하는 리더에겐 미래도, 사람도 없다.
세상은 또 곧 바뀔 것이다. 거대기업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아무리 해자를 깊게 판들 바다와 육지의 위치까지도 뒤바꿔버리는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 없다. 10년 후 네 개 거대기업 중 누가 살아남고 또 어떤 기업이 사라진 자의 자리를 대체할 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런 기회는 치열하게 기회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기업에게만 보일 것이다. 로켓이나 비행기처럼 기업도 상승을 위해서는 많은 연료의 투입이 필요하다. 지금은 연료를 잘 비축해가며 기회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