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다가 하얀 목련부터 시작해서 노란 개나리, 분홍색 벚꽃이 피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여름에는 싱그러운 녹색으로 바뀌고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네요. 나무는 삭막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화분에 심어진 식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줍니다. 식물은 음식의 재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모든 식물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은 아닌가봐요. '나쁜 씨앗들' 에서는 경우에 따라 우리에게 해가 되기도 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을 만들때 양념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고추입니다. 매 끼니마다 식탁에 올라오는 빨간 김치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전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즈음으로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추의 원산지는 아메리카로 인도로 가는 길을 찾아 먼 항해를 떠났던 사람들에 의해 유럽으로 들어왔고 이후 전세계로 퍼지게 되었네요. 기본적으로 고추는 매운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매운 고추도 있습니다. 한번 먹으면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거나 실제로 구멍이 나기도 한다는데 인간이 매운 맛에 적응하면서 고추도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매워졌기 때문일까요. 얼마나 매운지 궁금하지만 도전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엄청난 고통 이야기들을 읽어보니 그냥 생각만 해봐야 겠습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동물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네요. 그중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생하는 식물인 짐피짐피가 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번 스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며 어떤 식물인지 모르고 잎으로 엉덩이를 닦았다가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 식물을 다룰 때에는 방호복을 입어야 할 정도라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과거에 이 식물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진화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식물 자체는 별로 해가 없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해가 되는 식물도 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잎을 말려 피우던 담배는 고추와 함께 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 담배는 긴장감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지만 기관지나 폐에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직접/간접 흡연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에는 오랜 항해를 하는 동안 물이 오염되어 사람들이 탈이 났었는데 사탕수수로 만든 럼주는 물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면서 배에 빠지지 않고 실렸습니다. 반면 과도한 음주로 인한 문제도 많았네요. 감자나 사탕수수, 아가베 등 다양한 식물로 술을 만든 것을 보면 식물 자체는 해롭지 않지만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이로움을 주기도 해로움을 주기도 하네요.
그동안 식물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식물은 이동하지 못하고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만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를 한 것을 읽어보니 재미있네요. 이중에는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식물도 있어서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식물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