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오늘날도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왜 전쟁 중인가? 전쟁은 국가라는 거대 타자에 의해 강요되어 생명조차 장담할 수 없는 폭력 구조다. 그러므로 소소한 개인들은 전쟁에 책임이 없다. 전쟁이 나쁜 이유는 그 사태에 관여하지 않은 개인이 자신을 실현하기 위한 생명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떤가? 거대한 타자에 의해 기본적인 자유권마저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삼위일체, 즉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리주의는 개인은 없고 다수만 있다. 최대 다수의 행복 속에서 개인의 다양한 생명 표현과 선택 자유는 봉쇄된다. 마치 전쟁처럼 말이다. 다수는 이미 내가 아니다. 다수는 국가 또는 권력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은 그 무엇이다. 다수 속에 내가 있다고 관념화 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손자병법은 오늘날 한 개별 인간이 매일 겪는 전쟁을 인식하고 자기답게 살기 위한 지침서로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생각된다.
‘시공을 초월한 전쟁론의 고전’「손자병법」은 6,200여자에 불과한 손자병법의 압축과 현묘의 철학을 충실히 풀어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책 첫 머리에 전체 해제가 있다. 각 편의 맨 앞에 다시 편별 해제가 있다. 그 후 원문을 충실히 번역한 글이 이어진다. 이어 다시 해설이 있고, 각 편의 마지막에는 관련 전례를 소개한다. 마치 노자철학을 보는 듯한 표현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상용어로 개념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사례가 있다면 더욱 좋다. 이 책은 독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특히 각주(脚註)로 처리된 번역 이유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원문을 번역한 이유를 명확히 하여 기존 해석과의 연대와 차별을 함께 도모하였다. 사례는 널리 알려진 삼국지와 수호지에서 인용하고 있어 손자의 집필의도를 구체적인 인물들과 사건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해제에도 잘 나와 있듯, 상황을 헤아려 적절하게 판단하고 전략과 전술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뜻하는 ‘솔연(率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